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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 “국내 증시,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도 제자리걸음…정책 방향 전환 필요”

전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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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6-26 16:05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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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 중이다. /사진 = 전한신 기자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 중이다. /사진 = 전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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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우리나라의 기업이 지난 20여년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국내 증시가 제자리걸음 중인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은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입법적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상장협, 코스닥협회(회장 오흥식), 한국경제인협회(회장 류진) 등 경제 3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이 후원했다.

정 회장은 “정부는 우리 기업이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하므로 감사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한다”며 “우리 상장회사의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세계만방에 알려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도록 하는 것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될 과제”라고 했다.

또한 정 회장은 주변국 대비 높은 세율의 상속세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영자가 밸류업에 노력하겠냐”라며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사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부담케 하려는 방식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존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입법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 반면 경제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며 “기업은 한 사람만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처럼 규제도 한 가지 측면이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의 책임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회사와 이사 사이’의 이익충돌을 방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권 교수는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소수 주주가 다수 주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자본 다수결의 원칙’과 충돌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 근간을 흔든다”며 “다수의 자의에 의해 소수를 배려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개정안처럼 배려를 강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주식 투자 인구가 1400만명이 넘고 주식 소유의 목적도 제각기인 상황에서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인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하다”며 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 회사의 피고 측 소송참가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는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경영권 안정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진행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는 대체로 ‘집중된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상장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20~30%대인 곳이 많아 전체 지분에 비해 경영권 지분이 취약한 경우들이 있다”며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나 ‘다중대표 소송제’ 등 소수 주주 권한이 강화되면서 현실적으로 경영권 강화와 투명한 법제 도입 필요성 등이 대두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정책적으로 경영권방어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권방어를 제한해 소위 기업지배권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지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결정으로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에 바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제도가 오남용될 것이 두려워 ‘포이즌 필(Poison Pill·독약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방어를 위한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선진 기업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기업승계제도 개선 방안’ 주제발표에서 법인세, 상속·증여세, 금투세 등의 세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히 영향을 주는 세목으로 상속·증여세를 지목했다.

오 교수는 “고세율, 최대 주주 할증, 기업승계제도의 성격을 지닌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상존해있고 근본적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음으로 인한 비효율성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대상 확장, 상속재산 처분 시까지 과세 이연,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성부 KCGI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측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어장과 같다. 잘 관리하지 않고 죽도록 내버려 두면 기업들도 무너지게 된다”며 “상법 개정안을 ‘무조건 안된다’는 자세보단 좀 더 큰 틀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동과 자금조달이 원활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이유는 외국인·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며 “경제계는 저평가를 어떻게 하면 더 심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만 논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자사주 의무 소각 도입 ▲상속증여세 인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회삿돈으로 사는 자사주를 왜 대주주 경영권 최후의 보루인 양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포이즌필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고 만든 법인데, 자꾸 곡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오른 반면 과표 기준은 3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대주주들 때문이 아니라 일반주주, 개인 투자자, 국민연금을 위해서라도 상속세는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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