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에 마련된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조성 공사 현장. 공사 예정 준공일이 이달 말인데,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공정률은 17%에 불과하다. /사진=손원태기자
공사는 이달 말 준공 예정이지만, 지난 22일 방문한 현장에서는 아레나 외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굳게 닫힌 철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업비만 약 2조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 걸까?
CJ 아레나 사업은 CJ 라이브시티(대표 김진국)가 추진하고 있다. CJ 라이브시티는 CJ ENM 자회사로, CJ ENM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 내 공연장 및 복합문화시설을 개발·운영하는 회사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약 32만6400㎡(약 10만 평)에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호텔 등 숙박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CJ 라이브시티는 이 사업에 2조가량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현재까지는 약 7000억원 정도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1억5000만명 한류 팬들과 8조원 규모 글로벌 팬덤 경제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였다. CJ 라이브시티는 아레나가 개장하면 10년간 약 30조원 경제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20만명 일자리가 창출되고, 매년 1조7000억원 이상 소비 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이다. 당시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완공 기한은 2020년 12월까지였다.
이 사업은 특히 경기 북부 지역 최대 개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134톤에 이르는 국내 최대 용량 설비와 세계 최초 관통형 무대, 전 음역대 사운드 구현에 최적화한 음향 시스템 공연장 등 최첨단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CJ 라이브시티는 전 세계 1위 아레나 운영사 미국 AEG 국내 투자도 이끌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에 마련된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조성 공사 현장 건축허가표시판. 공사 예정 준공일이 이달 말로 표시돼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현장은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형 공연장 대신 공사장 철문만 세워져 있었다. 철문 틈 사이로도 아레나 외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사는 지난해 4월 돌연 중단됐다.
CJ 라이브시티는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2016년 경기도와 사업 체결 후 인·허가 지체, 사업부지 환경 개선 조치 지연, 대용량 전력공급 유예 등 여러 요인으로 경기도의회 행정 조사를 받았다.
이듬해 10월 경기도의회 행정 조사가 종료되면서 사업이 활기를 띠기도 했다. CJ 라이브시티는 2018년 11월, 2020년 6월 두 차례 사업계획을 수정하면서 2021년 6월에야 건축 허가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첫삽을 떴다. 사업 계획상 준공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실제 현장 건축허가표지판에서도 준공 예정일은 해당 일자로 기입돼 있었다.
하지만, 사업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4월 돌연 중단됐다. 여기에 송전망 구축 지연으로 한전이 대용량 전력공급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CJ 라이브시티는 각종 행정 절차에만 50개월 넘게 소진했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나서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를 열고, 국토부가 공사 완공 기간 연장 및 지체보상금 면제 중재안을 냈다. 그러나 경기도는 사업기한 연장에는 동의하지만 완공 기한 연장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상 배임이나 기업 특혜와 같은 법령상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3월 감사원에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CJ 라이브시티는 아레나 완공 목표를 오는 2026년 말로 잡고 있다. 경기도와 극적으로 협의가 진행되면 외부 투자 유치로 아레나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공사가 각종 행정 절차로 지연되면서 2020년 12월로 예정됐던 준공일을 훌쩍 넘겼다는 점이다. 이에 지체보상금도 1000억원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회사인 CJ ENM이 올해 초 21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CJ 라이브시티 기업어음(CP) 만기도래로 CJ ENM은 지난달 초 900억원대 차입을 집행했다. CJ 라이브시티는 우선 지난해 5월 발행한 750억원 규모 CP를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CJ 라이브시티는 올해에도 1000억원 규모 각종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조성 사업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시 추가 자금 조달이나 투자 유치 등도 어려워져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CJ 라이브시티는 ‘K-컬처밸리’ 사업에만 2조가량 투입을 예고했지만, 공사가 진척되면서 부채비율도 4734.3%로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업 손실도 244억원에 육박한다. 매출도 이벤트성으로 발매한 음원(사업 홍보) 수익 290만원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조성 사업 공정률은 현재 17%에 불과하다.
CJ 라이브시티는 “공사 재개는 현재 진행 중인 경기도와 사업협약 조정안 합의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본다”라며 “국토부 민관합동PF조정위의 마지막 절차인 감사원 사전컨설팅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와 조정안 최종 협의를 진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사업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갖고 있으며, 경기도와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여전히 사업준비 단계에 있기에 비용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기.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 회사 매출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