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177만원으로 전월 대비 2.36%, 전년 동월 대비 26.75% 올랐다. 전국 평균 분양가 상승 폭(전월 대비 0.89%·전년 동월 대비 17.33%)보다 크다.
원자재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건설 주체들이 수주 과정에서 매입한 토지의 가격이 당시 고점이었고, 인건비와 금리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분양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 건설공사 감소 일로 속 시멘트·철근 재고 겹겹이 쌓여
원자재가격의 하락은 건설 경기가 둔화가 길어지면서 신규 공사 감소가 감소한 것과 맞닿아있다. 이로 인해 1분기 시멘트·철근 재고가 전년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시멘트협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1049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출하량은 13.3% 줄어든 1053만t이며, 재고는 작년 동기 대비 61.3%나 늘어난 129만t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철근 역시 재고량 급증에 직면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월평균 재고량은 66만 5149t으로 2012년(약 38만 7000t)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1.4% 증가했고, 1년 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5월 1~15일 국내 8대 제강사의 철근 재고량은 약 37만t으로 추산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국내 제강사들의 철근 재고량 최대치가 또 한 번 경신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철근 또한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올해 1분기 철근 생산량은 203만t으로, 13년 만에 최소치를 찍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도 63%대로 추산하고 있다. 1년 전 90%대에서 급감한 수치다.
이 같은 재고량 급증은 건설공사 자체의 급감에서 기인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인허가 건수는 7만 4558가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2.8%나 감소한 수치다. 또 국토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3월보다 10.8%(7033가구)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 인건비와 금리 여전히 높은 수준, 토지매입 가격 탓에 분양가 인하 쉽지 않아
이처럼 원자재 재고가 늘고 가격 안정화의 단초가 제공됐음에도 불구, 분양시장이 여전히 고분양가에 신음하는 이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인건비와 금리가 첫 번째로 꼽힌다.
문재인정부 시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공사현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 노임 단가는 최근 10년 사이 평균 2배 올랐는데, 올해 1월 기준 ‘품목별 공사비 상승 기여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 역시 근로자 보수(1.41%)였다.
이런 와중에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임금체불 규모는 지난해 131억원으로 직전해 68억원 대비 9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등한 임금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준금리 조정에 영향을 주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역시 7회 연속 동결이 유력하다. 올해 인하 횟수 전망도 3회에서 2회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미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상태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이에 발맞춰 금리를 인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리가 높으면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비용 지출도 커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땅값’이다. 지난 2022~2023년에 걸쳐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땅값은 꾸준히 올랐다. 올해 1분기에도 전국 땅값은 0.43% 상승했으며, 토지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집값의 대부분은 결국 땅값에서 나오는데, 지금 분양에 들어간 단지들의 토지 매입 시점이 언제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토지 매입 가격이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기는 쉽지 않아 원자재가격과는 또 다른 상승요인이 있다”고 부연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