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전초기지가 된 반포에 잔뼈 굵은 베테랑 PB(프라이빗뱅커)들을 대거 배치했다. '슈퍼 리치(super rich)'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사인 상속/증여, 절세 등이 주요 화두다. 특히 기관급 자산운용 서비스를 원하는 ‘슈퍼 개인’을 위한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뜨거웠던 ‘반포 WM 대전’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점포가 대형 거점화되는 경향 속에서, 반포 VIP 특화 점포는 기존보다 확장 이전 및 통합 개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자산관리 한우물 경력의 PB들로 진용을 꾸렸다.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장은 PB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이혜정 센터장이 사령탑이다. 이혜정 센터장은 앞서 한국투자증권 송파PB센터, 잠실PB센터 등 주요 지역 PB센터에서도 근무했다. 2024년 1분기 전국 1위 최우수 점포에 선정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다년간의 PB 경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분석 능력, 투자상품 및 부동산, 세무 관련 실무에 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GWM반포센터장에 윤향미 센터장이 배치돼 VIP 자산가 고객을 전담 중이다. 유안타증권 GWM반포센터는 기존 을지로에서 반포로 확장 이전했고, 우수인력을 외부 수혈하면서 힘을 실었다. 윤향미 센터장은 앞서 한화투자증권 마스터PB 경험 등이 있을 만큼 WM통으로 분류되며, 현 유안타증권으로 영입됐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반포WM 이사도 회사에서 진행하는 고객수익률 우수 PB에 지속적으로 선정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오정택 이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입사해 분당WM, 투자센터서초WM 등을 거치며 개인고객 자산 및 법인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투자센터반포WM 팀장을 하고 있다.
자산관리 전통 명가(名家)로 불리는 삼성증권의 경우, 조완제 삼성증권 반포WM지점장이 있다. 조완제 지점장은 본사 투자컨설팅 및 상품 관련 부서장 등을 거쳐, 삼성타운금융센터법인지점 지점장, 삼성동WM지점 지점장, 파르나스WM지점 지점장, SNI 파르나스금융센터 지점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이다.
KB증권은 홍은미 이사가 KB금융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KB GOLD&WISE the FIRST’의 반포금융센터장을 맡고 있다. KB GOLD&WISE the FIRST는 1호점 압구정동에 이어 2호점이 반포로, 은행, 증권 복합점포로 운영 중이다. 홍은미 이사는 핵심 영업계층만 선정되는 개인(PB)부문 금상, KB증권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2024년 5월 반포금융센터를 개편하면서, 센터 소속으로 반포 원베일리 상가에 ‘반포Branch’를 열고 반포대전에 합류했다. 이혜란 NH투자증권 반포Branch 차장은 앞서 교대역 WM센터, 방배 WM센터 등에서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했고, 지난 2023년 NH투자증권의 우수직원을 뽑는 ‘THE STARS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반포 지역 전통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증여를 하고, 30~40대 신흥 부유층 ‘영리치(young rich)’들의 유입도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만만치 않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도 기본 예탁자산이 수 십 억원에 달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반포지역 사수에 나섰다. 최근에는 증권 이외 은행권의 반포 진출도 눈에 띈다.
한 증권사의 WM 관계자는 “반포 원베일리는 높은 아파트 가격에 걸맞게 입주민들의 소득수준, 보유자산 규모 역시 높게 형성돼 있는 지역이다”며 “또한 여의도가 가깝고, 법조단지도 근처에 있어서, 벤처사업가, 전문직, 고위직 공무원의 입주비율이 높은 곳으로, 20대부터 80대까지 자산가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반포는 강남권 핵심 부유층 주거 상권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지닌 곳이다”며 “신규 재건축 단지로 거주 중심이 이동하면서 금융 중심도 신규 주거지로 이동하고 이에 맞춰 점포들도 잇따라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액자산가의 니즈(수요)에 맞춰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며 “투자 상담 이외에도 세무, 부동산 등 종합(total) 금융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PB들은 VIP 자산가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절세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센터의 WM들이 기본적인 세무지식을 겸비하고 있기에 간단한 소통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심층적인 내용은 세무사들과의 1대 1 상담을 통해 해결해 드리고 있다”며 “부동산 전문위원도 근무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현재 있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관심이 많다. 채권은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으로 담긴다. 한 증권사 PB는 “자산가 고객들은 안전하게 지키고 저렴할 때 매수할 수 있는 투자 대상에 관심이 있다”며 “국채 등 채권을 주요(main) 자산으로 하는 자산배분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업계는 기존 자산가들의 자녀 세대까지 공략하는 패밀리오피스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컨대, 100억원 이상 예탁자산(금융자산) 고객에게 기관급 IB(투자금융) 딜 공동 투자를 주선하거나,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언대용신탁 등도 주요한 서비스로 꼽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가 고객 혼자만을 위한 자산관리가 아니라, 고객의 자녀, 더 나아가 손주의 자산까지 관리하는 것으로 확장한다”며 “고객의 가문을 지키고 관리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WM 부문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교육뿐만 아니라, 학생인 고객 자녀에 대한 투자 교육도 패밀리오피스의 중요한 서비스 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