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 주요 재무제표 추이 /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요구, 여기에 건설업계의 역대급 불황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분양보증사고까지 겹쳐 이들을 지원해야 할 입장의 HUG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사나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져 아파트 신축 공사를 중도에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분양보증 사고가 지방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발생한 분양보증(사용 검사 전 임대보증 포함) 사고는 총 11건, 4865억600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약 7.4배나 늘어난 결과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을 분양받는 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반드시 분양·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사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계약자들은 대체 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이어가는 '분양이행'과 그동안 낸 분양 대금을 돌려받고 집은 포기하는 '환급이행' 중 하나를 HUG에 요구할 수 있다.
아파트가 이미 80% 이상 올라간 상태라면 HUG는 계약자들에게 따로 묻지 않고 분양이행을 진행하며,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환급이행이 결정된다.
2021년과 2022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보증 사고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늘어난 지난해부터 다시 나타났다. 이렇게 시작된 침체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짙어지며 위기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3% 늘었다. 해당 업종 폐업 건수는 지난 1월(35건)과 2월(68건)에도 전년대비 각각 12.9%, 33.3% 늘었다. 전문건설업 폐업 건수도 지난달 618건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0.7% 증가했다.
지난해 분양·임대 보증사고는 모두 10건, 사고액은 1조1210억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0년(2조1411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잇따르고 있어 올해 연간 분양보증 사고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분양보증 환급이행이 늘면서 전세사기 보증금 지급으로 가뜩이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HUG의 손실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HUG의 부채비율은 116.89%로, 직전해인 22년의 35%에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특히 금융자산 규모가 2022년 7조1352억 규모에서 2023년 말 3조2194억원 규모까지 쪼그라든 것이 직격탄이었다. 영업 적자는 2022년 –2428억에서 지난해에는 –3조9962억원까지 치솟아 4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창립 이후 가장 큰 손실 규모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HUG에게 4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국토부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 3억5964만7546주를 현물 출자하고, HUG는 주당 5천원에 8억주를 신주 발행하는 구조였다.
이미 HUG는 올해 2월과 작년 12월에도 국토부로부터 각각 7000억원, 3839억원의 현금 출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약 3개월간 5조원이 넘는 자금이 HUG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HUG는 공기업 특성상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수 조원대 적자가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HUG는 건설부동산 시장이 만성적인 침체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를 지탱하고 보조해야 할 중대한 임무를 띄고 있는데, 이곳이 흔들린다는 것은 근본적인 국내 부동산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