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쿠팡의 영업이익이 60% 하락했지만, 매출액은 이마트를 또 추월했다. /사진제공=쿠팡, 이마트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은 531억원(4000만달러)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2억원(1억677만달러) 61% 감소했다. 쿠팡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영업흑자 전환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는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45%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작업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며 방문 고객수를 늘린 게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매출 면에서는 쿠팡이 여전히 앞선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9조4505억원(71억1400만달러)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매출액은 7조2067억원으로 1% 소폭 증가했다.
쿠팡은 지난해 1분기부터 5개분기 연속으로 이마트 매출을 추월했다. 양사의 매출 차이는 2억 2438억원이다. 쿠팡은 이번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내며 유통업계 경쟁구도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를 굳히는 모습이다.
C-커머스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유해물질, 배송·환불 서비스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C-커머스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대폭 확대됐다.
특히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 수는 올해 1분기 단숨에 확대됐다. 지난 3월 C-커머스 국내 이용자 수는 40% 넘게 급증했다. 알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7만1000명, 테무는 829만6000명이다. 같은기간 3086만명으로 1위를 차지한 쿠팡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다른 국내 이커머스를 제치고 2위와 3위가 각각 알리, 테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471억원) 투자계획과 연내 물류센터 구축 계획까지 세우면서 쿠팡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이에 쿠팡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보다 2배 가량 더 큰 규모의 투자비용이다. 뿐만 아니라 충성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배달서비스 ‘쿠팡이츠’, OTT서비스 ‘쿠팡플레이’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말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영향도 컸지만,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쿠팡의 ‘쩐의 전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순 없었다.
비용 투자로 출혈이 클 수 밖에 없던 쿠팡입장에선 와우멤버십 월회비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지난 4월 ‘와우멤버십’ 비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약 60% 가량 인상률이다.
쿠팡은 지난해 무료 로켓배송을 포함한 각종 무료 서비스와 상품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을 통해 약 4조원(30억달러) 가량의 비용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매년 그 이상의 절약혜택이 와우회원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쿠팡 의장은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2024년에는 멤버십 혜택을 더욱 확대해 고객에게 40억 달러(5조5000억원) 이상의 와우 관련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올해 1분기 전략은 오프라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고객이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는 ‘가격파격 선언’을 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직소싱과 대량 매입, 제조업체와 협업 등 이마트가 다년간 쌓아온 유통 노하우를 총동원해 50여 개 상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인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는 고객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가운데 30개 안팎의 주요 상품을 이마트에브리데이와 공동으로 판매하며 통합 시너지와 고객 혜택 극대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이마트 방문 고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83만 명(2.7%) 늘어났다.
SCK컴퍼니, 신세계프라퍼티, 조선호텔앤드리조트 등 연결 자회사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다만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는 SSG닷컴과 G마켓, 편의점 이마트24, 신세계건설 등이 아쉽다. SSG닷컴과 G마켓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고, 이마트24와 신세계건설의 적자폭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6월 말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통합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이번 실적개선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이 다수 유입됐지만 고객 증가 대비 매출 개선 폭은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