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윤석열정부는 기업친화적인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기업들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세제혜택 및 구제책을 통해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세금으로 보조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금리와 원자잿값 급등으로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는 건설업계에 특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일변도 정책은 일부 건설업계 사이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현재 나온 지원책은 외면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 당국, 부동산PF 정상화 위해 각종 대출 및 유동성공급 사
금융당국은 이달 중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으로 신디케이트론 형태의 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은행과 보험사를 통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PF 사업장에 집단 대출 형태로 자금을 대는 식이다.
여기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PF 사업장을 인수하는 금융사를 위한 한시적 인센티브도 검토되고 있다.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확대하거나 부실이 발생해도 임직원에 대한 면책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올해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건설·금융업계 부동산PF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85조원의 유동성 공급과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가장 먼저 PF시장 위축을 막고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로 확대할 수도 있다는 방침도 달렸다. 책임준공보증 집행(6조원) 가속화와 비주택 PF 보증(4조원) 신설, 건설사 특별융자(4000억원) 등 건설공제조합을 통한 유동성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부실우려가 있는 사업장의 재구조화 촉진 등 맞춤형 관리·지원도 강화한다. 정상사업장은 적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 불합리한 사항은 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LH가 해당 사업장을 매입한 뒤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타 시행사·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반면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 PF 정상화 펀드(2조2000억원)를 통해 사업장 매입 및 재구조화를 하기로 했다.
◇ LH 토지매입사업에 차가운 업계 반응…“추가 대책 기다려”
그러나 이 같은 LH의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사업과 관련해 정작 건설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5∼26일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 1차 접수 결과 신청건수는 6건, 신청 건수의 토지 기준가는 545억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LH는 최대 3조원 규모로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토지 매입을 추진하려 했으나, 신청액은 사업 규모의 2.7%에 그친 것이다.
LH가 땅을 곧바로 매입하는 '매입' 방식 신청은 3건(90억원), LH가 신용을 보강해 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추후 상황이 여의찮아 건설사가 매수 청구를 하면 확약일 당시의 가격으로 매입해주는 '매입확약' 방식 신청은 3건(455억원)이었다.
정부의 관련 계획 발표 당시 대규모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택 사업자나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물류센터 및 지식산업센터 부지 보유 업체의 관심이 예상됐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셈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LH의 매입가는 선뜻 나설 정도의 메리트가 없다"며 "제값을 준다는 것도 아니고 기준가 이하로 사들인다는 얘기인데, 경영이 아주 어렵지 않고서는 나설만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시장은 당분간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이 분명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 나온 대책으로는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고, LH의 상황도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매각에 나설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건설업게 한 전문가는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이길 수가 없듯, 규제 완화 일변도로도 시장을 인위적으로 이길 수는 없다”고 진단하며, “물론 추가 규제완화가 나오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건드릴 수 없는 미국 금리 문제나 원자재가격 관리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책으로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