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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vs 환경…서울시 남산 곤돌라 사업 갈등 재연

주현태 기자

gun1313@

기사입력 : 2024-02-19 00:00 최종수정 : 2024-02-19 08:03

서울시, 내년 11월 곤돌라사업 준공 목표
“자연 훼손·학습권 침해” 시민단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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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곤돌라 조감도. 사진제공 = 서울시

▲ 남산 곤돌라 조감도. 사진제공 = 서울시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남산 곤돌라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민사회단체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청·교육청 앞에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단체와 환경단체 회원들이 모여 남산곤돌라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가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반대에 나섰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남산을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남산예장공원부터 정상부까지 연결하는 곤돌라를 2025년까지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재 남산에는 관찰식물종 185종, 보호가치 있는 야생동물 24종, 관찰곤충류 170종 등 다양한 동식물종이 서식 중이다. 또 N서울타워, 전망대, 야외식물원 등 시민 여가시설이 조성돼 연간 약 800만명이 남산을 찾는다.

다만 최근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의 식생 변화와 함께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유해 생물이 발생하는 등 남산 생태환경에 위협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2021년 8월부터 관광버스 진입을 제한한 이후 적절한 대체 이동 수단이 없어 이동약자, 관광객 등의 불편이 커져 남산의 새로운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서울시는 말한다.

이에 시는 지하철4호선 명동역과 가깝고 대형버스주차장 39면과 환승센터, 승객 대기 장소가 확보된 남산예장공원부터 남산 정상까지 800m 구간의 곤돌라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남산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명동역에서 남산예장공원 곤돌라 하부승강장까지는 무경사·무장애 동선으로 조성한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의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설계 및 시공 관련 입찰 공고를 냈다.

계획에 따르면 곤돌라는 명동역에서 약 200m 떨어진 남산예장공원에서 출발해 남산 정상부까지 운행하게 된다. 곤돌라는 10인승으로 25대가 초속 4∼5m로 운행하며 시간당 1600∼2000명의 방문객을 수송하게 된다. 편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 3분이다. 준공 목표는 2025년 11월이다. 이용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1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 “개발·관광 사업으로 남산 보전할 수 없어…백지화해야”
“남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남산 정상부에 더 많은 탐방객이 몰려들면서 남산 생태보전의 위협요인인 샛길 이용과 답압 피해가 증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재추진 계획을 밝힌 뒤 환경단체들은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곤돌라가 지난 2006년 지정된 남산의 생태·경관 보전지역을 운행하게 되면서 훼손이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남산이라는 작은 산에 기존에 있던 케이블카와 함께 곤돌라를 설치한다면 환경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며 그 수익금으로 환경을 보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서울시는 쾌적한 생태환경과 경관을 확보하고 보전하기 위해 아파트 폭파와 주변 여러 시설들을 철거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일거에 훼손하고 비웃는 계획이 바로 남산곤돌라설치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 활동하고 있는 최진우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의 경우 서울시의 절차적 오류를 지적했다.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비오톱(biotope)유형평가 1등급 및 개별 비오톱평가 1등급 대상지 전체는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비오톱은 특정생물군집의 서식지를 의미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 밖의 공작물은 설립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 등을 할 때도 녹색위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최 위원은 “생태·경관보존지역에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녹색위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는 거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한 상태”라며 “생태·경관보존지역에 인접한 경계부에 지주가 설치되면 대규모 토공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로 인한 소음, 진동 등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곤돌라 설치에 필요한 삭도가 공중으로만 통과하기 때문에 행위 제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향후 설계나 공사가 구체화된다면 행위 제한 여부를 판단해 심의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청 앞에서 남산 곤돌라 설치 반대 집회 모습. 사진제공 = 전국환경단체협의회

▲ 서울시청 앞에서 남산 곤돌라 설치 반대 집회 모습. 사진제공 = 전국환경단체협의회

이밖에도 남산 일대 학교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까지 거론됐다.

중구의 한 학부모는 “곤돌라가 설치되는 일대에는 학교가 다수 존재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학생들을 구경케 하거나 촬영케 한다면 이는 명백한 아동권과 초상권 침해이기도 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서울시는 남산곤돌라 사업 추진을 백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산곤돌라 건설을 일단 유보하고 그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추진해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방해가 되면 대책을 마련해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 목소리에 공무원 노조가 나서기도 했다. 김병수 자유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청지부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남산곤돌라 사업은 절차적 위법성이 너무나도 많다. 곤돌라 사업이 이미 두차례나 무산됐지만, 다시 추진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서울시민들을 위한 사업은 당연히 시민을 위해 이뤄져야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우리 조합은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산 곤돌라 도입은 지난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 추진됐지만, 환경 훼손 우려 등으로 비판이 일면서 번번이 좌절됐다. 2008년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했지만, 환경단체와 서울시의회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박원순 전 시장도 남산예장자락 공원화를 추진하며 곤돌라 도입을 논의했지만, 2016년 6월 사업 중단이 결정된 바 있다.

서울시 “남산~명동 잇는 예장공원, 남산곤돌라 연계로 활성화”
지속되는 반대에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남산 사업에 대한 구체화 및 실행방안 수립 등의 과업 내용을 담은 ‘남산~명동 일대 생태 여가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남산 예장공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과업의 공간적 범위는 남산~예장공원~명동 일대 약 310만㎡로 중구(명동·필동·장충동·회현동), 용산구(후암동·이태원2동·용산2가동·한남동)가 해당된다.

예장공원은 곤돌라 도입과 연계해 대규모 비용이 투입돼 조성됐으나, 현재는 사업 무산으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에 관광버스 진입이 제한된 이후에는 정상부 접근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추진한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에 따라 예장공원과 대형 주차장은 문을 열었지만, 당시 계획했던 곤돌라 도입이 좌초되면서 활용성이 떨어졌다. 이에 시는 곤돌라 사업을 통해 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편리하게 남산 정상부에 올라가 도심 경관 볼 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구 신세계 남산교육원에서 개최된 중구 예산설명회에서 “남산 생태계가 조금씩 훼손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곤돌라 사업은 수익성이 높다. 여기서 번 돈을 남산 소나무숲을 비롯해 생태계를 완전히 복원하는 데 밑천으로 쓰겠다고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서류 제출 기한인 지난 8일까지 참여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는 정부 등이 발주하는 대형공사에 참여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공사를 낙찰 받을 경우 시공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유찰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시는 건설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파악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비 규모 현실화 등 후속 방안을 검토해 즉시 재공고할 예정이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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