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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왕’ 대변신, 홈플러스 조주연 ‘고객우선’ 성과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4-02-19 00:00

맥도날드 시절 인기메뉴 폐지 ‘악명’
홈플러스 옮긴후 ‘당당치킨’ 등 히트-
실적·재무상황 개선 경영능력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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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왕’ 대변신, 홈플러스 조주연 ‘고객우선’ 성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신임 대표는 한때 ‘파괴왕’으로 불린 적이 있다. 맥도날드 대표를 맡던 시절 인기 상품과 서비스를 잇달아 폐지하며 얻은 별명이다.

한국맥도날드 최초 한국인 사장이자 첫 여성 사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만 별명에서 보듯 그는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다. 맥도날드 대표에 오르고 나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할인 운영하던 ‘맥런치’ 서비스를 폐지했고, 당시 인기 메뉴였던 ‘맥윙’과 ‘치킨치즈머핀’를 단종시켰다. 이 제품은 지금 다시 출시됐다.

뿐만 아니라 별다른 공지 없이 주요 메뉴 가격을 대폭 인상해 논란을 불렀다. 맥도널드 대표 시절 3년 연속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고, 배달 서비스 맥딜리버리 최소 주문 금액 기준도 높였다.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수익성 개선에만 매달렸다며 생긴 별명이 ‘파괴왕’이었다.

비난이 이어지던 가운데 2021년 7월 홈플러스가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으로 그를 영입했다. 홈플러스는 그가 오랜 기간 쌓아온 국내 유통 분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맥도날드에서의 부정적 여론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홈플러스로 적을 옮기고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손대는 것마다 히트하며 홈플러스 구원투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니즈를 충분히 잘 파악하며 이뤄낸 결과”라고 말했다.

조주연 대표는 지난 1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선제적 투자’를 통한 매출 증대와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점을 인정받았다. 미래형 대형마트 ‘메가푸드마켓’ 론칭, 가성비 ‘당당치킨’,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조 사장이 주도적으로 론칭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지난 2022년 2월 간석점 1호점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운영점포가 24개점으로 늘었다. 신선식품과 먹거리를 앞세운 ‘미래형 마트’로 정체돼 있던 홈플러스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4개점은 오픈 1년 차에 평균 20% 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식품 매출은 3년 전인 2021년 1월과 비교해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점포별로는 최대 2배 매출 상승까지 기록했다. 2030 객수는 무려 120%나 성장했다.

조 부사장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준비하며 ‘맞춤형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장보기 전 단계 고객 경험 관리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소비 경험 예측 ▲맞춤형 고객 경험 확장 및 차별화 등 단계별 전략을 펼쳐 ‘홈플러스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조 부사장이 설계한 ‘고객 중심’ 전략이 통한 셈이다.

영국 리서치 기관 IGD(Institute of Grocery Distribution)는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오프라인 쇼핑을 해야 할 더 많은 이유를 창출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고물가 시대’에 따른 소비 트렌드에도 집중했다.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조차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1마리에 6990원하는 ‘당당치킨’을 내놨다. 2022년 출시한 ‘당당치킨’은 오픈런 현상을 불러일으켰고, 경쟁사 대형마트들이 잇달아 가성비 치킨을 출시하게 만들었다.

조 부사장이 출시한 ‘당당치킨’은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다. 사실 대형마트 가성비 치킨은 10년 전에도 등장했었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판매를 중단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치킨값이 고공행진하며 3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가성비’ 치킨에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나오게 된 ‘당당치킨’은 1년 만에 누적 400만팩 이상이 판매됐고, 홈플러스 델리 전체 매출을 50% 이상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은 ‘당당치킨’에 이어 ‘물가안정 프로젝트’로 ‘파괴왕’의 변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1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물가안정 365’ ‘AI 최저가격’ ‘최저가 보상제’를 필두로 가격 경쟁력 갖춘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우유·두부·계란·콩나물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주요 생필품을 1년 내내 최적가로 제공하는 ‘물가안정 365’ 카테고리는 지난해 3~11월 매출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약 42%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월과 9월에 도입한 ‘AI 최저가격’과 ‘최저가 보상제’도 고도화했다. ‘AI 최저가격’은 매주 선정한 시즌 핵심 상품 10개를 마트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 가격 제도다. ‘최저가 보상제’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1000개 대표 상품 가격을 비교해 최적가로 제공하고, 이마트몰·롯데마트몰보다 비싸게 구매하면 차액을 ‘홈플머니’로 적립해 주는 파격적 정책이다.

조 부사장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2022년 연예인을 내세운 브랜드 캠페인도 전개했다. 창립 25주년을 맞은 그 해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배우 여진구를 ‘스물다섯 살 신선한 생각, 홈플러스’ 브랜드 캠페인 공식 모델로 기용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하고자 했다.

조 대표는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긴 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지만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대표이사 인사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들이 나온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전문가지만, 맥도날드에서 경험을 비춰봤을 때 경영 능력에는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는 것이다. ‘마이더스의 손’이 ‘마이너스의 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조 사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실적개선, 재무건전성 확보, 신용등급 개선 등이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 매출은 전년(6조 4807억원)보다 1.8% 오른 6조600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적자는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1억원으로 커졌다. ‘메가푸드마켓’ 리뉴얼 등으로 인한 비용이 주된 원인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663.9%에서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기준 94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65.1%에서 67.9%로 늘었다.

지난해엔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형마트 업황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실적부진이 심화됐고 자산매각 등 재무안전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자산매각으로 재무안전성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산매각 여건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을 통한 맞춤형 고객 경험 확장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마트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해 오프라인 리뉴얼은 물론 온라인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1969년생 조 사장은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졸업 후 고려대 산업디자인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디자인 전략기획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LG전자 제품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한 조 사장은 이후 모토로라코리아와 미국 본사에서 글로벌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사무용가구 전문회사 하워스(Haworth)에서 아시아와 신흥 시장 마케팅 총괄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한국맥도날드에서 마케팅최고 책임자(CMO)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2021년 7월 홈플러스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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