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가 주당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확대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충당금 등 비용 부담 여파로 대체로 부진한 수준에 그쳤지만 총주주환원율은 30%대로 높이며 주주가치 제고를 꾀하는 행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4조9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2년(15조5309억원) 대비 3.6% 줄어든 수준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4조1530억원)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원을 기록해 4대 금융 가운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실적 호조는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큰 폭의 비이자이익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KB금융의 작년 총영업이익은 16조2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늘며 역대 최대 수준의 연간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4조6656억원)보다 6.4% 줄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각각 3조4516억원, 2조516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3.3%, 19.9% 감소했다. 이들 금융지주도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충당금 추가 적립과 상생금융 비용 등 비경상 요인이 더 크게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줄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8조9931억원으로 전년(4조7144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90.8%) 늘었다. KB금융이 70.3% 증가한 3조1464억원, 신한금융이 80.8% 늘어난 2조251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나금융(1조7148억원)의 충당금은 41.1% 불었고 우리금융(1조8807억원)은 112.4% 급증했다. 상생금융 비용의 경우 KB금융이 3720억원, 신한금융이 3100억원, 하나금융이 3557억원, 우리 금융이 2760억원 규모로 반영했다.
순이익 역성장에도 4대 금융지주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정책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했다. 2020년 20%대에 머물렀던 주주환원율은 30%대로 올라섰다.
신한금융은 기말 주당배당금을 525원(연간 2100원)으로 결의했다. 이미 지급된 분기 배당금과 자사주 취득·소각 금액을 포함한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6.0%로 전년 대비 6.0%포인트 개선됐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올 1분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결정했다. 이를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36.3%로 높아진다.
하나금융의 기말 주당배당금은 1600원(연간 3400원)이다. 작년 초 실시한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한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2.7%로 전년보다 5.3%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또 연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는데, 이를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37.1%다.
우리금융은 기말 주당배당금을 640원(연간 1000원)으로 결의했다. 작년 처음 실시한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전년과 비교하면 7.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올해도 약 138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소각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1.24%(935만7960주)를 연내 매입해 이를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주요 금융지주가 이번에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지주·은행들이 주주환원의 정상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진전들은 국가적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사 이사회가 스스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이달 중 프로그램 세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상장사들이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포함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금융주가 만년 저평가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방안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