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민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부사장)
앞으로 그가 이끌게 될 한솔그룹 상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한솔그룹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녀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1991년 제지사업을 들고 독립해 탄생한 ‘범 삼성가’ 기업집단이다.
한때 본업인 제지는 물론 금융·정보통신 등 신산업 분야에 적극 진출하며 사세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동통신 부문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는 고 이인희 고문 장남(조동혁 회장)과 삼남(조동길닫기조동길기사 모아보기 회장) 이원화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2002년 조동길 회장이 이 고문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올라 맥을 잇고 있다. 한솔제지, 한솔테크닉스,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홈데코, 한솔인티큐브, 한솔페이퍼텍, 한솔PNS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반면 장남 조동혁 회장은 한솔그룹 내 한솔케미칼 주요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산하에 테이팩스, 솔머티리얼즈, HS머티리얼즈, 바이옥스 등 4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솔케미칼 최대 주주는 11.65%를 갖고 있는 조동혁 회장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지분은 미미하다.
조성민 부사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투자사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16년 한솔홀딩스 기획부 과장으로 입사했고, 2019년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 영업부 수석으로 승진, 이동했다.
2021년 기획담당 임원(상무)직에 오른 후 이듬해 한솔제지 친환경 사업 담당을 맡았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주사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에 임명됐다. 그룹 전반 요직을 두루 거쳤다.
▲ (사진 왼쪽부터) 그레고리 옙(Gregory Yep) CJ제일제당 연구소장과 조성민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조1941억원을 기록하면서 역성장을 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기 침체, 고금리, 생산비용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제지업계 불황이 닥쳤다. 특히 제지 주요 원자재인 국제 펄프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63.7% 하락하는 등 실적이 나빠졌다.
한솔제지는 고부가제품인 인쇄용지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자구책을 쏟아냈다. 조 부사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한솔제지가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식음료·유통 업체 공략을 강화했다. ▲종이 연포장재 ‘프로테고’ ▲재활용 종이용기 ‘테라바스’ ▲천연 소재 ‘나노셀룰로오스 듀라클’ 등을 토대로 친환경 종이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한솔제지는 CJ제일제당과 종이 기반 친환경 포장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조 부사장이 직접 이끈 사업이다. 양 사는 협약을 통해 ▲적용 가능한 식품 포장재 분야 발굴 ▲용지 제조 및 코팅, 포장재 가공 등 테스트 ▲인증 획득, 품질기준 설정 등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부사장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지분율을 먼저 살펴보자. 한솔홀딩스는 그룹 주력인 한솔제지 지분 30.49%(725만7728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솔홀딩스 최대 주주는 723만6218주(17.23%)를 보유한 조동길 회장이다. 이어 한솔문화재단이 330만136주(7.93%)를, 한솔케미칼이 180만9977주(4.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126만216주(3.0%)를 갖고 있다.
조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배당으로 자금을 마련해 지분을 늘리거나 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아야 한다.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향후 큰아버지 조동혁 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조동혁 회장이 운영하는 한솔케미칼이 한솔홀딩스 지분 4.3% 정도를 갖고 있어서다. 조동길 회장, 한솔문화재단에 이은 3대 주주다.
한솔홀딩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외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와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