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은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신세계
이미지 확대보기신세계의 주류유통전문기업 신세계앨앤비(L&B)는 부정적인 외부환경과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사업을 무리하게 이끌어가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향후 위스키 사업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놨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외부환경이 좋지 않아 잠시 사업을 멈추는 것일 뿐 위스키 사업을 철수하는 건 아니”라며 “장기적으로 위스키 사업을 어떻게 할지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스키 관련 사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현재 신세계L&B의 실적을 봤을 땐 비효율사업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다. 신세계L&B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0억4200만원의 분기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57억33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506억1000만원) 보다 10.9% 감소했다.
신세계L&B는 2022년 주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위스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정 부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위스키 수요가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와인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방어책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신사업을 꾸려가기 힘들어지면서 원래 잘하던 ‘와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인 셈이다.
신세L&B 관계자는 “국내 1위 와인 수입사인 만큼 본업인 와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선택과 집중으로 와인과 와인전문매장 ‘와인앤모어’ 운영에 집중할 예정”라고 말했다.
펜데믹 기간 바짝 인기를 끌던 와인이었지만 최근들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이미지 확대보기신세계L&B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이 더딘데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유통업계 전망도 밝지만은 않아 이마트와 계열사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투자를 통한 신사업 보다는 기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만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대내외 사정이 안 좋은 가운데 정 부회장은 경쟁사 홍보에 한창이다. 과거 이마트24로 인연을 맺은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의 KFC 제품을 추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최근 올려 관심을 받았다. 특히 평소 ‘미식가’로 소문난 정 부회장의 추천은 경쟁사 매출을 높이는 데 큰 역할도 했다. 신 대표는 “용진이 형님(정 부회장)이 KFC 포스팅을 해주시고 딜리버리 매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은 하림의 ‘더미식 유니짜장면’, 농심 ‘먹태깡’, 풀무원 ‘두부면’, 농심의 한정판 제품 ‘하얀짜파게티’ 등 다양한 경쟁사 제품을 추천한 적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실적과 주가는 연일 부진하기 때문이다. 내부 살림살이만 신경 쓰기에도 바쁜 정 부회장이 경쟁사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SNS 활동’ 대신 사업에 더 신경 쓰길 바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엔 무려 19.2% 감소했다. 2023년 1월2일 종가 9만4800원에서 마지막 장날이었던 12월28일 7만660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지속적인 하락세다. 8일 종가 기준 7만400원으로 며칠 만에 8%로 감소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