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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사장, 롯데그룹 재무혁신 이끄는 ‘위기 해결사’ [나는 CFO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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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2-18 00:00

롯데캐피탈 매각·올초 유동성 문제 해결
정기인사서 사장 승진…신동빈 회장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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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사장, 롯데그룹 재무혁신 이끄는 ‘위기 해결사’ [나는 CFO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이 2024년 롯데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재무전략TF’를 꾸려 계열사 재무지표를 개선하고,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를 조기 진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회장 근거리에서 그룹 재무위기를 진단하고 관리했던 고 사장은 내년에도 그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고 사장은 롯데그룹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롯데맨’이다. 동시에 20년 넘게 자금과 회계 업무를 맡은 ‘재무 베테랑’이다.

롯데캐피탈에서만 16년간 근무하며 쌓아온 재무 능력을 바탕으로 롯데그룹 재무위기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6년생인 고 사장은 충암고를 나와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국제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롯데건설로 입사, 1998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 2003년 롯데캐피탈 경영관리·자금·인사총무, 2008년 롯데캐피탈 본부장(영업·경영전략 등)을 거쳐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어 2021년 말부터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담당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경기침체로 그룹 내부 위기감이 커지면서 신속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고 사장을 롯데지주로 불러들였다. 고 사장은 롯데캐피탈 시절 안정적 자금운용으로 회사 신용등급을 BBB+에서 AA-까지 네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다.

특히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 롯데지주의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신 회장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2019년 10월까지 보유중인 금융·보험회사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했다.

▲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했는데 롯데카드 지분은 MBK파트너스에, 롯데손해보험 지분은 JKL파트너스에 각각 매각했다.

하지만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은 그룹 안에서 해결했다. 롯데캐피탈은 당시 해마다 1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고 있어 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알짜 회사’로 꼽혔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2019년 9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캐피탈 지분 25.64%(매각금액 3332억원)를 일본 롯데홀딩스 금융 계열사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고 사장은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고, 매각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사장은 롯데캐피탈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하며 롯데지주 세 번째 재무혁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부임한 터라 이전 재무혁신실장들과 수행하는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1대 재무혁신실장(2017~2019년)을 지낸 이봉철 전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고문은 롯데지주 중심 지주회사 체제 기틀 마련, 부동산투자회사 롯데리츠 사장을 주도하고, 2대 재무혁신실장(2020~2021년)인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현재)가 지배구조 개편 후속작업에 힘을 쏟았다면 고 사장은 계열사 재무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고 사장은 재무관리에 잔뼈가 굵은 인물인 만큼 계열사들 재무구조를 면밀하게 살폈고, 금융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재무전략 TF’를 꾸렸다. TF장은 롯데컬처웍스에서 CFO를 맡았던 백철수 상무에게 맡겼다.

백 상무는 2004년 롯데칠성음료 회계팀, 2007년 롯데 정책본부, 2017년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2020년 롯데컬처웍스 CFO 등을 지낸 인물로, 고 사장과 롯데지주에서 호흡을 맞췄다. 백 상무 역시 이번 2024 정기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고 사장은 재무혁신실장을 맡은 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9월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업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련 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 우발채무가 다른 건설사들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롯데건설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는 약 7조원까지 확대됐다. 고 사장은 위기의 롯데건설을 구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 등에서 자금을 대여 받아 롯데건설 숨통을 틔었다. 당시 신동빈 회장도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11억여원을 들여 롯데건설 지분을 사들였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 사장 분투는 계속됐다.

그는 올해 1월 메리츠증권과의 투자협약을 통해 1조 5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고 사장은 해당 협약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덕분에 롯데건설은 계열사들로부터 빌린 돈을 조기 상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고 사장은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식 1000주를 사들인 그는 롯데그룹 CFO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고 사장은 내년에도 그룹 곳간지기로서 재무관리와 지속적 위기대응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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