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c는 치킨 외 사이드 메뉴 가짓수만 23개 달한다. bhc 아웃백, 슈퍼두퍼 등을 운영하면서 종합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 = bhc
주연(치킨)’에 가려 보이지 않던 ‘조연(사이드 메뉴)들’이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다. 교촌, bhc, bbq ‘신스틸러’의 등장이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선호하는 야식 메뉴 중 치킨을 빼놓을 수 없다. 치킨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에서 간장, 청양고추, 벌꿀, 감자, 파 등 온갖 종류 옷으로 갈아입으며 진화를 거듭했다. 소비자들 높아진 입맛에 적극 대응한 덕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치킨업계가 계속 이색 사이드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치킨집 메뉴판에 치킨보다 사이드 메뉴가 더 많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이 정체되면서 다양한 연령대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교촌 매출은 엔데믹 이후 역성장을 그리기 시작했고, bhc는 아웃백과 슈퍼두퍼 등을 운영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방향키를 틀었다. bbq는 국내보다 해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교촌은 고르곤 치즈볼과 퐁듀 치즈볼이 있다. 두 제품 모두 2019년 12월 등장했다. 고르곤 치즈볼은 초코 찹쌀볼에 진한 고르곤졸라 치즈가 듬뿍 들어갔다. 퐁듀치즈볼은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를 녹여 퐁듀 스타일로 만들었다. 교촌은 베이커리 메뉴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이듬해 꽈배기를 선보였다. 쫀드칸꽈배기가 주인공이다. 찹쌀로 반죽을 해 입안 가득 쫀득함이 퍼진다. 현재 시나몬슈가만 판매 중이다.
▲ 교촌은 치킨 외 사이드 메뉴 가짓수만 19개 달한다. 교촌은 전통주 사업을 시작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 교촌
bhc 치즈볼은 브랜드 철학인 뿌링클 시즈닝을 접목해 MZ세대 이목을 끌었고, 먹방 유튜버 사이에서 유행을 타면서 2019년 한 해 동안 800만개 이상 팔렸다. bhc는 치즈볼 외에 단팥 트위스트, 크림치즈 트위스트, 뿌링핫도그 등 뿌링클 시즈닝을 활용한 베이커리류 제품들을 개발해왔다.
bbq 치즈볼은 튀김옷에서 황금 올리브유를 만났다. 황금알 낳는 거위에 착안해 치즈볼 모양도 달걀을 형상화했다. 현재 bbq볼과 bbq 모둠볼 두 가지가 있다.
특히 모둠볼의 경우 기본 치즈볼에 초코볼, 애플치즈볼, 황금알치즈볼, 크림치즈볼 등 다섯 가지로 구성했다. 여기에 치즈볼을 담는 접시도 계란판을 본떠 볼거리를 자아낸다. 이 치즈볼은 bbq 전체 사이드 메뉴에서 판매 비중이 19.5%나 차지할 정도로 황금알이 됐다.
bbq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어렸을 적부터 치즈를 접해 치즈볼 선호도가 높다”라며 “쫀득하고 꾸덕한 여러 개 맛이 나오고, 핑거푸드다 보니까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설명했다.
휴게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메뉴 구성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드 메뉴는 치킨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체 매출도 끌어올린다.
교촌은 치밥, 치면 등 색다른 실험에 나섰다. 치킨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이를 메뉴화한 것이다. 달걀듬뿍볶음밥과 의성마늘볶음밥, 닭갈비볶음밥 등이 있다.
달걀듬뿍볶음밥은 말 그대로 부드러운 스크램블 달걀이 가득 파고들었고, 의성마늘볶음밥은 국내산 의성 마늘로 조리해 고소한 식감을 자랑한다. 닭갈비볶음밥은 정통 닭갈비를 매콤하게 볶았다. 교촌은 또 자사 특제소스로 만든 라면도 선보였다.
블랙시크릿볶음면컵과 레드시크릿볶음면컵 등 두 가지로, 비조리 컵라면으로 제공된다. 배달 상품도 있다. 블랙시크릿볶음면은 교촌 블랙시크릿 소스에 불맛과 감칠맛을 중화풍으로 버무렸다.
블랙시크릿은 교촌 전매특허인 간장, 레드, 허니 등 3대 시그니처 메뉴 맛을 한꺼번에 담은 소스. 레드시크릿볶음면은 청양 홍고추 화끈한 매운맛에 불맛을 입힌 제품이다. 매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bhc는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뿌링멘보샤와 빨간소떡, 치킨스넥 등 치킨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시즈닝 가루를 뿌려 먹는 메뉴 위주로 구성했다. 빨간소떡은 치킨의 달짝지근한 맛을 매콤한 맛으로 잡아줄 수 있어 치킨과 잘 어울린다.
이밖에 콜팝 등 사이즈를 다양화해 밖에서도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bbq는 치킨집보다 외식에 집중했다. 시카고피자부터 닭다리살 스테이크, 닭발튀김, 닭껍데기, 타르타르 새우튀김 등 면면이 다채롭다.
bbq가 판매하는 피자 종류만 해도 페퍼로니, 허니리코타, 쉬림프고르곤졸라, 콤비네이션, 고구마퐁듀, 브라운비프 등 6개에 달한다. 화덕으로 구워내 일반 피자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닭다리살 스테이크도 통다리바비큐맛과 극한왕갈비맛으로 나눠 소비자들 미식 경험을 높였다. 타르타르 새우튀김은 튀김 안에 타르타르 소스를 채워 기존 튀김과 소스의 문법마저 파괴했다. 황금올리브유로 튀긴 닭발튀김과 닭껍데기도 찝찔한 맛을 찾는 소비자들에 적합하다.
▲ bbq는 치킨 외 사이드 메뉴 가짓수만 18개 달한다. bbq는 2030년 국내외 매장수 5만개 달성 목표로 해외 가맹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 = bbq
bhc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사이드 메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올해 기준 22%에 이른다. 지난해 20%에서 2%포인트 더 올랐다.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이드 메뉴에 힘을 기울인 결과다.
치킨 3사 외에 페리카나와 멕시카나는 양념닭발을, 처갓집양념치킨은 특제 소스에 쌀밥을 버무린 치밥을 내놓았다. 노랑통닭은 골뱅이무침을, 푸라닭치킨은 어묵탕과 짬뽕탕을, 네네치킨과 굽네치킨은 파스타를 잇달아 선보이며 치킨집 경계를 허물었다.
사실 이런 ‘사이드 메뉴’ 경쟁은 치킨업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프랜차이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본 메뉴로만 승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는 분식과 거리가 먼 치킨 주문량이 매달 6000건 안팎에 달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햄버거와 거리가 먼 김말이, 떡볶이, 만두 등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피자헛은 치킨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에서는 스파게티가 서빙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커피숍도 커피나 베이커리에서 피자나 파스타 등 외식까지 진출하는 만큼 여러 개 메뉴를 추가한다고 해서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사이드 메뉴가 메인 메뉴와 어울리느냐 여부”라고 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