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제4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에 (앞줄 왼쪽부터)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주병권 손보협회 과장, 신상훈 금융위원회 과장, 김태융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원장,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정은경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원장 김태융)과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영)는 15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펫보험 활성화가 가능하려면?’이라는 주제로 2023 제4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펫보험의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라며 “오늘 토론을 통해 한국 펫보험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과장이 펫보험 활성화 정책’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정은경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이 참여한 ‘펫보험 활성화 TF’를 출범시키고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 과장은 현재 TF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는 4가지 방안으로 ▲펫보험 인프라 구축 ▲동물의료계와 보험산업의 협업 ▲펫보험 상품 다양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제시했다.
펫보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동물등록제가 완전히 정착돼야 한다고 봤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부터 시행됐지만, 의무화가 아니다 보니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개체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신 과장은 “현재 농식품부와 객체 식별이 강화될 수 있도록 동물등록제에 대한 개선을 위해 논의 중”이라며 “반려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물등록제를 반려묘 등으로 확대해 상품 다양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펫보험을 판매 중인 11개 보험사 외에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존과 다른 서비스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신 과장은 “펫보험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면 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신규 인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사 형태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현재 1~2개 보험사가 금감원과 협의 중이고, 인허가 컨설팅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사들과 동물의료계의 긴밀한 협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TF에서 논의 중인 내용을 10월 중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 최종 단계가 아니라 펫보험이 활성화되고 제도가 개선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공공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함께 협업해 진행해 나가야 할 사항이다. 동물의료계와 보험업계가 MOU 체결 등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며 제도개선을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부장이 ‘펫보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은경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펫보험은 반려동물이 질병, 사고로 치료받을 때 진료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현재 국내에선 11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가입률은 1%에도 못 미칠 만큼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현재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해외 펫보험 통계를 수입해 보험료를 산출하고 리워드형 펫보험과 같은 다양한 상품도 개발 중이다. 또 보험개발원과 한국신용정보원에서 펫보험 가입통계·보상통계도 관리하고 있다.
수의업계의 경우 일부 동물병원에선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보험금 지급심사를 위해 영수증, 진단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하고 있고, 진료비용 게시, 진료비 현황조사 등 정부 제도개선 추진사항을 이행 중이다.
국회에서도 동물진료제도 개선과 동물 권리 제고를 위해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등 입법 활동을 전개 중이다. 정부에선 △올해 1월 반려동물 전담 조직인 ‘반려산업동물의료팀’ 신설 △다빈도 진료항목 표준화 시행 △비문, 홍채인식 등 생체인증방식 등록방식 반영 검토 △필수·보편 의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 종합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주 부장은 “펫보험은 가입이 강제되는 의무보험이 아닌 반려인들의 필요에 따라 가입하는 보험이지만, 반려인들이 원하거나 필요한 형태의 보험상품을 지속 개발해 나가야 한다”라며 “수의업계와 정부에서 각종 보험·의료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반려인들의 니즈에 걸맞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펫보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 부장은 “보험 측면에선 간단손해보험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 현재는 1년 미만이지만 이를 4년 이상 등 장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건강검진 쿠폰과 같은 펫보험 리워드 개발, 품종별·연령별로 세분화된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별도의 서류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동물병원과의 협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 측면에선 ▲동물등록률 제고(생체인식정보 활용 등) ▲질병·진료항목 명칭·코드 표준화 및 동물병원에서의 사용 ▲보험사·동물병원 네트워크 구성 등 상호 제휴 확대 ▲동물 진료내역 확인 가능한 서류 발급 등을 꼽았다.
반려인들이 펫보험 가입 필요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주 부장은 “펫보험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펫보험 가입기간동안 반려인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라며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을 돕는 맞춤형 건강검진 상품 개발 등을 여러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주 부장은 “개별동물보험회사가 동물병원과 알아서 하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물꼬를 트는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대한수의사회가 수의업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고, 손해보험사 사업자 단체인 손해보험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고민과 오해를 공유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속내를 얘기하는 만남의 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가 ‘동물의료발전과 펫보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사진=정은경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심 대표는 ‘펫보험 활성화’는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펫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추상적인 내용보단 목표와 기한을 정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어 윤석열 정부 동안, 오는 2027년까지 펫보험 가입률 3%와 같은 목표를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 도입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동물등록 내장칩 일원화, 반려견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은 2~3년 내 단기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질병코드와 진료항목 표준화 등 표준진료체계 장착과 같은 장기간 소요되는 정책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추진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책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제4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에서 주제발표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부장, 신상훈 금융위원회 과장,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사진=정은경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우 사무총장은 “표준산정코드나 진료표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을 물어보면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 한다고 말한다”라며 “수의업계가 이에 동참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생기고, 동물 의료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근본적인 대책들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아 답답하다”라며 “수의업계도 펫보험 활성화, 반려인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보다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설정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