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이미지 확대보기정부가 내년 예산을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수준으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9%)을 고려하면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연구개발(R&D)과 보조금 지원 등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20조원 이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확보한 재정 여력으로 약자 복지와 국민 안전, 일자리 창출 등에 투입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과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예산안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채 발행으로 지출 규모를 늘리기보다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집중했다”며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성과 없이 관행적으로 지원되던 사업, 유사·중복이나 집행 부진 사업 등 누수 요인을 철저히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638조7000억원)보다 2.8% 늘린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건전재정 기조로 전면 전환을 선언한 올해 예산 지출 증가율(5.1%)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증가 폭이다. 2005년 정부가 현 방식으로 재정 통계를 정비한 이래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 약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에 이어 20조원대 구조조정을 이어갔다. 주요 구조조정 분야는 연구개발(R&D)과 국고 보조금 사업이다.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9000억원으로 5조2000억원 삭감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교육 예산도 96조3000억원에서 89조7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줄였다.
재정 감축 기조 속에서도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약자 복지’ 예산은 대폭 확대했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16조9000억원이 늘어난 242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대표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 대상을 넓히고, 급여액도 역대 최대 수준인 13.2% 높인다. 노인 일자리는 88만3000개에서 103만개로 늘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도 6년 만에 2만~4만원 높인다. 출산·양육 부담 경감을 위해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서는 특별공급(분양)을 신설하고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한다. 현재 최대 12개월인 육아휴직 기간은 18개월로 6개월 확대한다.
공공질서·안전 예산은 전년 대비 1조4000억원 늘어난 24조3000억원으로 배정됐다. 국방 예산도 59조6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추 부총리는 “재정 정상화로 확보한 재원은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 분야에 과감히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국세를 포함한 내년 정부 총수입은 올해보다 13조6000억원이 줄어든 612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국세수입이 367조4000억원으로 올해 경기둔화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33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사실상 긴축 예산을 편성했지만 정부 수입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재정수지는 악화하게 됐다.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적자는 92조원으로 58조2000억원보다 33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2.6%에서 3.9%로 높아진다. 기재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재정수지 악화를 최대한 억제했다”며 “오는 2025년부터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과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올해 1134조4000억원에서 내년엔 1196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0.4%에서 내년 51.0%로 뛸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 폭을 최소화했고, 국가채무 증가 폭도 크게 낮춰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