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초년생·영세자영업자 맞춤모형 속속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모델 개발, 이종업종 협업 등을 통해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금융이력이 부족해 신용등급을 산정하기 어려운 사각지대 대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4월부터 사회초년생 같은 씬파일러를 겨냥한 신용대출 ‘NH씬파일러 대출’을 선도적으로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이번 상품에 2019년부터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했다. 통신사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반의 ML모형을 결합해 신용과 소득이 낮아도 상환 능력이 있는 지 골라낼 수 있도록 심사 모형이 설계됐다.
NH씬파일러 대출은 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연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법인기업체 근로자가 대상이다. 본인명의 휴대폰과 공인인증서, NH농협은행 입출식계좌만 있으면 은행 방문 없이 NH스마트뱅킹 앱에서 대출 실행까지 마무리 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10만원 단위로 세분화 돼있다. 중도상환 해약금이 없어서 여윳돈이 있으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다. 대출금리에 통신우량 등급이 우대금리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NH농협은행 측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사회초년생도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금융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금융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올 4월 13만명 사장님들이 가입한 배달의민족 앱을 운용 중인 우아한형제들과 협약을 맺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인 대안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의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협력 관계를 쌓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금융이력이 부족해서 신용평가등급 산정이 쉽지 않은데, 매출액, 영업기간 등을 반영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은행 측은 “금융 취약계층에 금융 혜택을 확대하고 지역상권 활성화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포용적 금융을 실천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개인신용대출 심사에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산평가지수’를 도입했다. 자산평가지수는 개인이 보유한 자산 중 주택의 평가금액을 규모 별로 등급화한 것으로 KCB(코리아크레딧뷰로)에서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신고소득이 적은 고객의 대출상환 능력 평가 때 자산평가지수를 보완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자산평가지수를 도입하면서 소득증빙이 어렵거나 신고소득이 적어서 대출에 어려움이 많았던 개인사업자나 은퇴자도 신용대출 문턱이 비교적 낮춰졌다.
우리은행 측은 “자산평가지수 도입으로 취약계층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쓸 만해진’ 비금융정보…활용도 페달
은행권에서 대안신용평가로 팔을 뻗는 데는 수익성 측면이 우선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잇따른 부동산 대책 대출 규제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만큼, 신용대출에 집중도가 커졌다.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에서 잘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판가름하는 지표로 점점 비금융정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3법(8월 시행) 같은 법제도적 변화 요인도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현장 수요가 있다면 충분하게 대출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게 은행들 생각일 것”이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통신사 내역 등 비금융 정보가 많이 정제되고 축적되면서 신용평가모형에 활용가치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장벽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빅테크 플랫폼의 전진행보도 관심 포인트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최근 이달 4일 금융위원회에서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네이버페이 판매현황·품목·반품률·쇼핑등급 등을 기반으로 개인과 소상공인 신용을 평가하고 금융회사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테크 플랫폼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좀처럼 옮기지 않는 ‘잠금효과(Lock-in effect)’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층의 경우 빅테크 기업에 친숙함이 클 뿐만 아니라 특히 기존 은행과 비교할 때 상당히 좋은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는 게 가장 어려운 면”이라며 “외부 제휴 대응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보안과 인증 등 상대적인 은행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