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사진 = 각사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미얀마에 주재사무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 사무소를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도다. 교보생명은 미얀마 사무소 설립을 위해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초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 보험 시장이 개방된다는 점을 파악하고 주재사무소 설립을 검토해 왔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월 외국계 보험회사의 국내 영업을 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시장 개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얀마의 보험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7000만 달러 수준이며 보험침투율(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수준)은 0.07%에 불과하다.
교보생명은 미얀마의 경제성장 잠재력이 충분할 뿐 아니라 보험시장 성장 여력도 풍부하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수 년간 해외자원봉사 등으로 미얀마와 꾸준히 교류해 오면서 미얀마에 아직 국내보험사가 진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주재사무소 설립을 검토해 왔다"면서 "각종 설립 신고나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완료되면 올 하반기엔 주재소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보생명의 미얀마 진출이 성사되면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 모두 동남아 보험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1997년 태국 현지에 합작법인 '타이삼성'을 설립하면서 가장 먼저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삼성생명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흑자를 시현하며 경영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타이삼성 설계사 채널의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최근 5년간 연 평균 15% 성장했다.
태국 보험시장은 외자계 생보사에 우호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22개사 중 12개사가 외자사이며, 외자사의 시장점유율은 71%를 나타났다. 타이삼성은 설계사 7819여명을 보유하고 방콕에 3곳, 동부, 남부, 북부, 북동부에 각 1곳씩 총 7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략투자펀드(CVC)를 통해 태국 1위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인 '래빗파이낸스'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삼성생명은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전영묵닫기전영묵기사 모아보기 삼성생명 대표 직속 조직으로 해외신성장팀을 신설했다. 기존 자산운용본부(자산운용), 경영지원실(재무), 기획실(M&A) 등에 분산돼 있던 해외담당 인력들을 모아 신설된 해외신성장팀은 삼성생명의 글로벌 사업 전반을 담당한다. 대표 직속 조직으로 꾸려진 만큼 실행력과 속도를 강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생명도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해외 법인을 운영한다. 지난 2009년 진출한 베트남 현지법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악화 속에서도 올 1분기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한화생명 베트남 현지법인 1분기 수입보험료는 3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억원 늘었다.
베트남 생명보험사 총 자산은 한국대비 약 2.0%, 수입보험료는 3.9% 수준으로 미비하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비해 보험밀도, 보험침투율이 낮아 베트남 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된다. 한화생명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영업 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을 대거 채용,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영업조직의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시장에서 개인채널 중심의 안정적 영업기반 마련을 위해 자카르타·메단·수라바야 등 현지 3개 대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보유조직의 양적·질적 개선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며 "보험침투율이 낮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최근 디지털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어 국내 보험사들의 동남아 진출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정화 기자 uhw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