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개정 전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 활용이 불가능해 금융회사나 대기업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데이터 활용에 능숙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국가들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시장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보험산업 또한 데이터를 전 업무 영역에 적용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데이터 3법이 통과했지만 데이터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 보험사들은 보험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영역이 넓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 수준이 높아 그간 규제가 적용됐던 국내 보험사들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되는 단계기 때문에 보험사 내부에 적용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터 관련 규제 해소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내놓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의료법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라면서 “스마트폰 등으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것 역시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보험사로 하여금 보험 계약자가 가진 위험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지만 치명적인 맹점 역시 갖고 있다.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한 결과 보험 계약자가 리스크가 높은 집단에 속할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인종·성별·지역에 따른 차별이 생길 수 있어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보험사가 빅데이터를 언더라이팅에 활용할 경우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이유다. OECD 보험 및 사적연금위원회(IPPC)는 ‘빅데이터 및 AI와 보험시장’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는 이론적으로 리스크를 세분화해 특정그룹을 보장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 감독자들은 취약계층이 합리적인 가격의 보험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는 만큼 국내 보험사들이 전문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장기적인 접근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빅데이터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을 발간한 보험연구원 최창희·홍민지 연구위원은 “악사와 같은 외국 보험회사들은 세계 각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기존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해 전문성 확보를 통한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존의 전문 데이터 분석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