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매일유업
취임 6년차를 맞은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가 올해 주목한 키워드는 '파괴적 혁신'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주창한 이 이론은 신규 진입 기업이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기존 기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델을 뜻한다. 특히, 기존 기업이 무시한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메인스트림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김선희 대표 체제에서 매일유업은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군을 키우는 데 도전해왔다. 2013년 폴바셋 사업부를 독립시켜 자회사 엠즈씨드를 설립, 커피전문점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에는 전북 고창에 3만평 규모 테마파크인 상하농원을 조성해 신규 브랜드를 창출했다. 지난해는 중장년층을 위한 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하며 뉴트리션이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편입했다.
김 대표의 비전은 매일유업을 유업계 1위로 굳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향후 신성장 동력이 될 뉴트리션 카테고리 진입 및 기타 신사업 영역에 첫걸음을 내딛는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유가공 전문 기업을 넘어 식품회사로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한 중요한 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업계 어려운데…나홀로 '승승장구'
매일유업은 지난 3분기(7~9월)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은 3504억원,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 영업이익은 9.5% 감소했다. 직전 2분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매일유업의 2분기 매출은 3483억원,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을 유업계 최선호주로 지목한 지 오래다. 3분기 실적은 신제품 셀렉스의 초기 투자 비용 탓에 예상치를 하회했으나, 전체적인 업황을 고려할 때 매일유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컵커피, 상하목장 등 고수익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멸균 제품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 것, 셀렉스의 성장 가능성 등이 근거다.
특히 매일유업의 최근 실적은 유업계 업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실적이다. 유업계는 △신생아수 감소 △우유소비 정체 △업체간 경쟁 심화 △중국 분유 수출의 국제 정세 영향 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매일유업은 1인 가구를 공략한 멸균 제품의 생산을 늘리고, 성인영양식 등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는 김선희 대표의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취임 2년만인 2016년에 매일유업을 매출 기준 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저출산으로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 업계의 문제를 꿰뚫어보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타개책으로 삼은 것. 실제 매일유업은 2014년 10월 지방 함량을 세분화한 저지방 우유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고 약 20% 수준의 성장을 기록했다.
김 대표의 재무 관리 능력도 매일유업 실적 개선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은행, 한국씨티은행, UBS 등 글로벌 금융사를 거친 '재무통'이다. 이미 전문경영인으로 취임 전 회사 내에서 재경본부장, 경영지원총괄을 맡으며 매일유업과 상하의 합병, 폴바셋 사업부 독립(엠즈씨드 설립) 등을 이끈 바 있다.
김선희 대표는 매일유업 17주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매일유업 합류 당시에도 보유 지분이 없었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사촌 친인척임에도 보유 지분율이 0%에 불과해 사실상 전문경영인 형태에 가깝다.
◇중장년층 겨냥한 '셀렉스'…기업 효자될까
매일유업이 야심 차게 출시한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셀렉스는 성인에게 부족한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류신, 비타민D, 칼슘 등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기획한 건강기능식품이다. 간편하게 뜯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으로도 출시해 중장년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셀렉스 브랜드에서 매출 200~250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특히 홈쇼핑 채널에서 매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의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는 유음료 중심이기 때문에, 중장년층 소비자에 대한 판매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향후 셀렉스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기존 제품과의 중복 없이 매출과 이익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성인 제조분유 시장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올해는 시장 안착을 위한 광고 판촉 부담으로 이익 기여가 제한적이겠지만, 올해 시장 안착 이후 내년부터 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유업은 셀렉스 론칭을 위해 약 3년가량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지난해 초에는 뉴트리션 신사업을 위해 근감소증 연구소를 공식 출범했다. 신생아수 감소에 따른 제조분유 등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실버푸드' 시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채비를 한 것이다.
국내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약 14조원 수준이다. 지난 6년 간 연 평균 14%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1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2014년 성인 제조분유를 생산한 일본의 경우, 2014년 대비 시장 규모가 5배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셀렉스 매출 호조에 따라 내년도 매일유업의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일유업의 매출은 1조3700억원, 영업이익은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이보다 15% 증가할 전망이다.
▶▶ She is…
1995년 BNP 파리바 / 1997년 크레디아그리콜은행 수석애널리스트 / 2005년 한국씨티은행 신탁리스크 관리부장 / 2007년 UBS 아시아태평양 리스크컨트롤 이사 / 2009 매일유업 재경본부 본부장(전무) / 2010년 매일유업 재경본부 본부장(부사장) / 2011년 매일유업 경영기획본부 본부장(부사장) / 2013년 매일유업 경영지원총괄(부사장) / 2013년 매일유업 기획조정실 실장(부사장) / 2014년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