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3월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CEO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올해 증시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홍콩 시위 등 비우호적인 영업여건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미래대우 사상최대 수익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조웅기 탄탄
미래에셋대우의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은 내년 3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최 수석부회장과 조 부회장은 2016년 12월 미래에셋대우 통합 출범 이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 창립 멤버인 최 수석부회장의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
1989년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한 최 수석부회장은 1997년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설립한 창업 공신이다. 이후 회사의 입지를 다지고 통합 작업과 경영 안정화까지 원활히 이뤄내면서 미래에셋대우를 업계 선도사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 부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크다. 조 부회장은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쳐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0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해 금융상품영업본부 부장, IB본부장, 법인CM사업부 부문대표, 리테일사업부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에는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도 이들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6%, 80.5% 증가한 1715억원과 1917억원을 기록했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1469억원으로 같은 기간 85.3% 늘었다.
3분기 누적 지배주주 순이익은 5223억원으로 지난 2017년에 기록한 연간 사상 최고치 실적인 5032억원을 경신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57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9% 불었다.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성장세는 해외법인과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부문이 견인했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의 3분기 세전 순이익은 366억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63.39% 급증했다. 해외법인 누적 세전 순이익은 1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1% 늘었다.
IB수익(수수료+기업여신수익)은 올 3분기에만 10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89% 증가했다. IB 수수료수익이 857억원, 기업여신수익이 237억원이었다.
IB 수수료수익은 전분기보다 21.09%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1000억원을 웃도는 데 성공했다. 이에 올해 3분기 누적 IB수익은 총 3649억원으로 집계됐다.
트레이딩 손익은 3분기 1520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4.6배가량 뛰었다. 3분기 누적으로는 44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5.36% 늘었다.
자기자본은 증권업계 최초로 9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 자기자본은 9조9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673억원 확대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IB에 힘을 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자산은 6조9000억원, IB 자산은 5조8864억원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安邦)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5성급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딜에 참여했다.
안방보험이 내놓은 매물은 미국 스트래티직 호텔앤드리조트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의 자산으로, 인수 가격은 59억달러(약 6조9500억원)다.
이외에도 네슬레 스킨 헬스 사업부 인수금융 선순위 대출(26억달러), 현대상선 선박금융 후순위 외화대출(19억달러),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500 브로드웨이 럭셔리 레지던스 개발사업 PF 대출(3억1500만달러), 베트남 빈그룹 LP 출자금 총액인수 확약(2억7000만달러) 등의 딜을 따냈다.
◇ ‘IB 명가’ NH 2년 연속 최대실적 성장 기대
내년 3월 1일 임기가 만료되는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 역시 작년 취임 이후 2년 연속 역대 최대실적을 이끌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은 오너 체제가 아닌 만큼 CEO 선임 과정에서 외풍이나 외압을 받을 여지가 있다. 통상 오너 체제가 아닌 은행 지주 산하 증권사의 CEO 선임은 지주사와 자회사들 전체 인사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단 NH투자증권의 경우 완전 자회사가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외부인사 선임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농협금융이 우리금융투자를 인수해 2015년 통합 NH투자증권이 출범한 이후에도 우리투자증권 출신인 당시 김원규 대표와 정영채 부사장이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정 대표는 풍부한 IB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하고 ‘과정 가치’ 평가체계를 도입하는 등 자산관리(WM) 평가 혁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장기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1997년 자금부장 자리에 오른 뒤 기획본부장, IB 담당 상무를 지냈다.
이후 2005년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업계 7~8위권에 그쳤던 IB 부문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13년간 IB사업부 대표 수장직을 성공적으로 맡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정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5401억원, 당기순이익 3615억원을 기록해 한보증권 시절 이래 사상 최대실적을 올린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대비 13.9% 증가한 2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호실적에 힘입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0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3599억원으로 같은 기간 2.90% 불었다.
특히 IB사업부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익은 2932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주식자본시장(ECM), 부채자본시장(DCM) 부문에서 대표 주관 시장점유율(M/S) 1위를 차지한 데다가 부동산·대체투자 등에서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세부적으로 보면 ECM 부문에서는 SNK(1697억원), 현대오토에버(1685억원), 에이에프더블유(882억원), 드림텍(591억원), 까스텔바쟉(227억원) 등 총 9건의 대어급 딜을 진행하며 기업공개(IPO) 주관 1위에 올랐다. DCM 부문에서는 회사채 대표 주관과 인수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며 위상을 공고히 했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삼성SDS타워, 서울스퀘어 등 대어급 딜을 진행했다. 특히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 IFC 리파이낸싱에 이어 MBC부지 개발사업 등 여의도 랜드마크 딜을 다수 수임했다.
인수금융 부문의 경우 상반기 7건의 딜을 수행해 2조2537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점유율은 15.2%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리파이낸싱 딜을 대표 주관하며 806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인수금융 딜도 대표주관 자격으로 참여해 6300억원의 주선실적을 올렸다.
2분기에는 한국 내에서 바이아웃을 거의 하지 않던 블랙스톤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오영을 인수하는 딜에서 단독으로 주관 자격을 따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린데코리아, CJ헬스케어, 현대중공업터보기계, 유모멘트 등의 딜에 참여했다.
◇ 한국투자 투자여력 확대 지렛대 파워업 눈길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남겨둔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연임이 유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임원들의 임기가 1년 단위로 만료되며 매년 재계약한다.
정 대표는 취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 전임자들이 장기간 존속한 이력 등을 감안하면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유상호닫기유상호기사 모아보기 전 사장(현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11차례 연임하며 약 12년간 CEO 자리를 지켰다.
정 대표는 1988년 한신증권에 입사한 후 사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인물로, 28년을 IB 부문에 몸담은 ‘IB 맨’이다. 정 대표는 IB본부 ECM부 상무, IB 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본부장을 역임한 후 올해 1월 대표로 취임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영업수익)은 8조2309억원, 당기순이익은 5333억원으로 각각 49.2%, 29.8% 늘었다.
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지난 1분기 541억원에서 2분기 91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3분기에는 803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누적 총 225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IB 순영업수익은 전체 순영업수익(1조2014억원) 가운데 18.78%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ECM과 DCM 부문 등에서 고르게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IPO 수수료는 83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점유율은 16.1%로 업계 2위를 차지했다.
공모증자 인수·모집 수수료(39억원)는 점유율 15.1%를 기록해 업계 3위에 올랐다. 회사채 인수금액(8조4800억원)은 점유율 9.7%, 업계 3위를 달성했다.
발행어음 잔고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업계 단독으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시장에 선두 진출했다.
올해 발행어음 목표치도 일찌감치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운용잔고는 올해 9월 말 기준 6조2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6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발행어음 운용잔고 가운데 60%는 IB, 17%는 부동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투자 여력 확대도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7770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증권에서 지주로의 중간배당(2500억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9월 말 기준 4조6443억에서 5조1713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확충에 따라 9월 말 기준 145%였던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 또한 20%포인트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증권사들의 추가 투자 여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지주 구조를 활용한 자산재분배로 자본 여력을 확충하며 소액주주가치를 희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