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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일본 향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카드 교묘히 활용할 가능성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8-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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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자료=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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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개장전 일본이 반도체 소재관련 규제 3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허가를 1건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에선 이제 갈등이 좀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웠다.

수출 승인이 난 품목은 신에쓰사가 삼성전자에 수출하는 반도체 감광액 소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였다. 아울러 쇼와덴코사가 중국 시안 삼성전자 법인에 수출하는 불화수소가스도 지난 6일 허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일본 언론은 당국의 이 같은 조처에 대해 "일본이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사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뒤 그 동안 우대해 주는 국가에서 보통 국가들처럼 대하게 됐다면서 규제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은 그간 아시아에서 한국만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분류했지만, 미국과 유럽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들도 이런 대우를 받고 있었다.

앞으로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어떨지,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 겉으로 '안보' 내세워 규제 실시하는 일본..안보 논리는 부족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불화수소(불산),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그 달 4일부터 이 품목들은 포괄적인 수출허가에서 건별 허가로 바뀌었다.

일본은 2단계 조치로 8월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의 근거로 '안보 상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 와중에서 말이 오락가락했다.

7월 초엔 경제산업성이 징용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양국간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으며, 아베 총리도 청구권 협정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거론했다.

7일 7일엔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이에 발맞춰 일본 언론들은 에칭가스가 화학무기나 핵무기 제조공정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품목이 됐다고 했다.
12일엔 수출과 관련해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에 대해선 '캐치올'과 관련해 한국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캐치올 규제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사용될 여지가 있는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다.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전략물자의 수출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하는 것이다.

지난 1996년 발족한 바세나르체제는 군수물자를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민간용 수출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규제범위가 넓혀진 형태가 캐치올이다. 미국이 1994년, 유럽연합이 2000년, 일본이 2002년 도입했다. 그리고 한국도 2003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캐치올 규제 체제하에선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본 쪽에선 한국이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규제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으나 한국은 이미 제도적 틀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 7월 1일 발표 후 대화에 등 돌린 일본..미국도 적극적 중재 의지 보이지 않아

일본은 7월 1일 '반도체 3품목' 규제 발표(일본은 규제가 아니라고 주장) 이후 한국과 거리두기 전략을 써왔다. 7월 1일 발표 당일의 주한일본 대사 초치, 7월 12일 과장급 협의, 7월 27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고위급 회담 등에서 별다른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 측의 '한국 무시전략' 이후 우리 정부는 미국의 힘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을 보내기도 했으며, 같은 시기 외교부 장관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소극적인 편이었으며, 미국은 한일이 알아서 잘 해결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자 주변에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많아지기도 했다.

아무튼 7월 1일 규제 발표 후 일본이 한국과 대화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는 제3의 국가나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등에 이번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어필했다.

일본이 큰 마음을 먹고 지난달부터 규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한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달 12일부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주 2회씩 가동하고 있다.

■ 정부 재고확보 노력, 국산화 등 다짐..여전히 불확실성 큰 기업 환경

8월 2일 일본 정부가 예상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단 필요한 재고확보에 노력하되 앞으로 공급처 다변화, 국산화 등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통제가 가능한 물자는 모두 1194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무관하게 현재도 건별허가를 받는 263개의 민감물자를 제외한 931개 물자를 495개 품목 단위로 통합했다.

이후 495개 품목 중 국내 미사용, 일본내 미생산 등으로 관련이 적은 품목, 대체수입이 가능하거나 필요량이 많지 않은 품목 등 화이트리스트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품목을 제외한 159개 품목을 추렸다. 이 중점 품목에 대해 대일의존도, 수입액 등 평가해 맞춤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부담 증가, 공급망 안정성 저해 등으로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일반포괄허가의 경우 최초 허가시 3년간 유효했으나 이제 개별 품목들이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면 한국 기업들은 시간적인 불편함과 비용 부담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제출 서류도 2종에서 최소 3종 이상을 확대되고 심사기간은 '즉시'에서 '서류보완 기간을 제외한 9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체 부품 공급처 등을 찾는 과정에서 비용 증가에 직면할 수 있고 공급처를 변경했을 때의 품질 저하 가능성은 한국 기업의 신뢰성을 낮출 수도 있다.

글로벌 분업 체계를 흐트리는 일본의 조치 때문에 공급망의 안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 일본 측이 일부러 심사를 지연하거나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부품 조달 등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러면 그간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글로벌 공급 구조에 이상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이왕 일이 터져 버린 것을 감안해 향후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들도 많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한편 국내 대기업-중소기업간 '국내' 공급망 구축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 외국계 금융사들, 한일 갈등 장기화시 한국경제 타격 거론

이번 일본의 조치가 한국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조치가 경기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수치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향후 추이도 불확실하고 실제 기업들에 얼마나 영향이 갈지 제대로 알기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입는 충격도 만만치 않은 만큼 갈등이 장기화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국제금융센터는 8일 "외국계 금융사들 사이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이 단기·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규제가 장기화되고 차질을 받는 부문이 확대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국금센터의 안남기·최성락 연구원은 "외국계 IB들 사이에 제한적 영향을 예상하는 쪽은 일본 부품업체들의 적응, 일본의 과도한 심사 자제 가능성 등을 이유로 꼽고 있으나 상당한 영향을 예상하는 곳은 국내 주력산업의 높은 대일 의존도를 감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금센터가 정리한 내용을 보면 골드만삭스는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과 일본 부품업체들이 2~3개월 내 수출허가를 취득하는 등 새로운 수출환경에 적응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실질적 금수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감당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BOA메릴린치는 "이번 조치에 따른 무역차질은 관리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추가검사 강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일제 부품 의존도 등이 높은 데다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많았다.

한국측의 일본산 소재·장비 국산화 및 대체수입선 확보 노력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광범위화 될 경우 국내 주력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규제 강화 품목이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의 반도체, 자동차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진단들도 보였다.

BNP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반도체 외에 전자부품, 의약품, 기계 등에도 영향이 갈 수 있으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는 "수출규제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부정적 영향이 제재 부문 외에 여타 부문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시에떼제네랄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이는 한국경제, 거시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실질적 금수조치가 아니라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일본이 특정 소재 수출을 장기간 불허할 경우 차질이 상당할 수 있다고 봤다.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 아무튼 수출 규제의 강도와 기간이 관건이다.

크레딧스위스는 "한국기업 실적 컨센서스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회복시기는 수출규제의 정도가 될 것"이라며 "한국 주가가 이번 악재를 일부 선반영했지만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씨티는 "한일 갈등이 연내 해결되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기업실적 악화 및 주가의 하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주가는 상반기를 연저점으로 하반기에 회복 가능성이 있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상향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체재를 찾고 있어 한일 무역전쟁 관련 우려는 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안남기·최성락 연구원은 "주요 분석기관 및 외신들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예상보다 장기화 될 수 있으며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제 영향, 양국간 대응 향방 등 불확실성이 상당한 가운데 향후 국내경제·금융시장에 대한 해외시각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일본 명분쌓기 등 다목적으로 '간헐적' 허가 활용할 가능성도

전날 일본이 삼성전자로 향하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허가를 승인해 준 뒤 일본의 규제가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달 28일부터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카테고리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갑자기 공세를 멈춘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또 일본의 '간헐적' 수출 승인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물타기, 혹은 명분 쌓기용일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신청된 다른 품목들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고 있어 일본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한국이 승인 결과에 집착하도록 만들어 한국을 길들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아울러 일본은 한국의 WTO 제소에 맞서 논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할 때 들이댈 수 있는 가트(GATT,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조항은 '최혜국 대우 의무,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수량 제한 금지 의무, 무역 규칙을 일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의무'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이 자유무역 위반에 대한 방어논리로 '간헐적인 허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권이 8일 "정당한 거래에는 자의적 운용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한 말에서 오히려 그런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이달 말 이후 일본의 무역전쟁 공격무기(품목)가 늘어나는 만큼 자신들의 요구가 먹히지 않을 때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일본이 상황의 불확실성을 활용해 한국을 계속 압박해 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번 사태를 보는 기본시각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다. 다만 미중 갈등에 미국의 중국 기술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처럼, 이번 일본의 조치 역시 아시아 내 경합 세력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 성격이 있다는 평가들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에 따라 치밀한 계획하에 고의적으로 무역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재확인됐다"면서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향후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는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향후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공작기계와 화학제품을 노릴 것"이라며 "일본이 후발국인 한국의 성장에 따른 정세변화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어서 수출 규제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지만, 4분기부터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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