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26주 적금 / 사진= 카카오뱅크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특례법도 내년 본격 시행되면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서고 연계 서비스도 다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카뱅표 틈새공략 인기몰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올해 1월 출시한 전·월세보증금 대출 판매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49일만에 약정액 1000억원을 돌파하고 상시 판매로 전환한 뒤 흥행을 이어간 셈이다.
특히 대출고객 중 65%가 은행 영업 외 시간에 대출 약정을 맺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고객들을 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은행 영업일에 맞춰 이사해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던 수요도 붙잡았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시작으로 올해 출시하는 상품과 서비스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6월에 선보인 ‘26주적금’은 출시 넉 달만에 50만좌를 돌파해 잔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매주 납입 금액을 최초 가입금액만큼 늘려가는 방식으로 ‘소확행’, ‘짠테크’, ‘강제저축’ 등 금융 트렌드를 적용했고, 이후 시중은행에 관련 상품 판매를 이끌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3000원 적금보다 큰 금액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5000원·1만원 적금도 추가했다. 올 11월 출시한 ‘내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도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수가 110만명을 기록 중이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무료로 신용을 체크할 수 있어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출시한 ‘모임통장’ 서비스의 경우 출시 이후 매일 1만좌씩 계좌가 개설되고 있다. 모임통장은 카카오톡으로 모임멤버를 초대해 편의성을 높이고, 잔액과 거래내역은 실시간으로 모임멤버들과 공유해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지난해 7월 출범과 함께 주력 라인업으로 선보인 카카오뱅크 해외송금도 올 10월말 누적 기준 30만건을 넘어섰다. 10명 중 7명은 재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돼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신규 비즈니스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출범 3년차를 맞이하는 내년에는 흑자전환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1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전년 동기(669억원 순손실)와 비교하면 4분의 1로 적자폭을 좁혔다. 3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순손실 규모가 36억원까지 크게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올 9월말 기준 총수신과 총여신이 각각 9조3500억원, 7조7800억원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반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2기 카뱅 과제는
카카오뱅크는 내년 2기 경영도 현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윤호영 공동대표 체제로 간다. 이달 21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두 대표의 연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본격화된다.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55만개 가맹점 네트워크를 가진 웨스턴 유니언(WU)과 손잡고 수수료를 대폭 낮춘 당일 특급 송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2금융권 연계대출과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한 중신용대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례법 시행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율을 높이면 카카오페이 등 다른 금융 사업군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커머스가 창출할 장기적 시너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커머스 사업으로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과 중소상공인 대출 등으로 상품군을 다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내년 4~5월께 제3~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목표로 이달중 신규 플레이어 인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점도 주요 변수다.
현재 출범한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적인 예대 업무에 치중해 기존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적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을 거두려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외 인터넷은행의 최근 현황과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정보기술(IT) 기반 벤처 은행(Challenger Banks)들은 전통적인 예대 업무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고객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마다 사업 차별성이 있어서 일부 은행은 비이자수익 비중이 90%를 웃돌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도 비이자수익 비중이 10∼20%대에 불과해 대비됐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주체가 금융회사, 자동차, IT, 유통기업들로 다양하지만 기존 은행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면서 유통과 결합해 ATM(자동화기기)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의 세븐은행, 자동차금융을 핵심 비즈니스로 하는 미국의 앨리 뱅크(Ally Bank) 등 차별화된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