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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손보 사장, 영업실적은 감소했으나 재연임 가능성 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12-03 00:00 최종수정 : 2018-12-03 14:28

차보험 손해율 90% 육박…순이익 7.3% ↓

내년 시장 전망 불투명·세대교체 등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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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사진: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KB금융그룹의 보험 계열사로는 KB생명보험과 KB손해보험이 있다. KB생명의 허정수 사장은 올해 초 처음으로 선임돼 연말 인사 교체 대상이 아니지만, KB손해보험의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사장(사진)의 임기는 이달 말 만료다.

양종희 사장은 당초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를 지냈으며, KB금융이 구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로 통한다.

양 사장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LIG손해보험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도맡아 진행했으며, 결국 KB금융지주를 LIG손해보험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그룹의 오랜 M&A 잔혹사를 끊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들어 양 사장이 KB손해보험의 초대 사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2015년 6월 KB손보 출범 직후에는 LIG손해보험의 사장이었던 김병헌 사장이 계속해서 CEO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그 해 12월, 양종희 사장은 KB손해보험의 사장 자리에 마침내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당시 KB금융지주는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 어려운 경영여건에 대응해 조직을 쇄신할 인사”라며 “그룹 내 시너지의 극대화를 추진하고 계열사 사이에 신속한 업무 협업체계를 구축할 적임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양종희 사장이 보험업무를 직접 맡은 경험이 없어 실전에서 그의 능력이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따랐다는 점이었다. 양 사장은 국민은행 지점장, 금융지주 경영관리부장 등을 폭넓게 겪으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긴 했으나, 보험업에 몸담았던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양 사장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KB손보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불려갔다. 그 결과 KB금융지주는 KB손보의 선방에 힘입어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확보, 라이벌인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양종희 사장은 지난 2017년 12월 말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1년의 연임을 확정지어 현재 두 번째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 당기순이익 1737억→3604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지난해 비은행계열사 최대 순익 시현

양종희 사장은 취임 직후 오프라인 설계사조직의 전문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다이렉트본부를 신설하며 차별화 전략에 집중했다.

KB손해보험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손해율 문제 역시 다이렉트 채널을 중심으로 우량 고객들을 모집해 관리에 성공하면서 확연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IG손보 인수 이후 당시 1737억 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말 3604억 원으로 2배가 넘게 뛰었다. 이는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적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또한 9조1194억 원에서 9조7237억 원으로 6043억 원 늘며 10조 원을 넘보게 됐다. 고질적으로 발목을 잡던 손해율 역시 86.7%에서 82.2%로 4.5%,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 또한 170.2%에서 190.3%까지 뛰었다.

양 사장은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 아래 KB금융지주, KB국민카드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보험 대중교통 할인 특약을 선보이며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보험료가 내려가는 이 특약은 현재까지도 KB손보의 대표적인 차보험 할인 특약 중 하나로 통한다.

◇ 올해 역대급 폭염에 자동차보험 위기…내년 초 자동차보험 인상이 터닝 포인트 될까

문제는 올해다. 올 여름은 40도를 넘나드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전국을 덮치며 자동차 사용량이 늘면서 손해율 역시 덩달아 폭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2조91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6239억원) 감소했다. 특히 KB손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여파를 직격으로 맞으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609억 원으로 지난해 2813억 원보다 7.3%(204억 원) 줄었다.

경쟁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 등과는 달리, 양종희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어 더욱 표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정비수가 인상 등 적자 요인이 속출하자 손보업계가 금융당국 측에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적극적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인상 필요성이 있다’고 화답하며, 업계는 이르면 내년 초 3% 가량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손해보험업계 부진의 핵심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하 사이클이 끝나면서, 삼성화재·메리츠화재 등을 비롯한 주요 보험사들이 금융당국 측에 보험요율 인상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실마리가 보인다”고 밝혔다.

◇ 디지털 혁신 성공적…업계 최초 스마트 스크래핑부터 카카오와 협업까지

양종희 사장은 KB손보 취임 전까지는 보험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그러한 약점을 과감한 디지털 혁신과 직원친화 경영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양 사장은 올해 초 ‘2018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경영기반 구축을 중점 추진과제로 지목했다.

KB손보는 최근 보험업계 최초로 ‘스마트 스크래핑’ 시스템을 탑재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카카오와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등기우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 센터인 ‘KB인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레몬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My세브란스’ 앱에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편의 강화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양 사장은 “미래 보험의 모습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객 경험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고객 경험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마디로 ‘스마트 인슈랑스’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를 누가 먼저 주도하느냐에 따라 미래 보험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KB손보는 지난 미국의 대표적인 보험솔루션업체인 마제스코(Majesco)와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보험시장에서의 인슈어테크(Insurtech)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마제스코는 메트라이프를 비롯한 세계 대형 보험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는 인슈어테크 분야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KB손보 관계자는 “마제스코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보험계약과 출·수납, 손해사정 등 보험업무 절차 전반과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 사장은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고 고객의 트렌드가 바뀌어도 결국 기업을 생존하게 하는 것은 영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 사장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2018년은 KB손해보험의 전 임직원이 영업력 강화를 위한 지원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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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장기휴가·여성임원 등용 등 직원친화 경영으로 보험 넘어 금융업계 전체 ‘주목’

또한 양 사장은 직원친화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의 동기부여에 힘쓰는 모습으로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체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양종희 사장은 ‘직원들이 즐겁게 다니는 회사,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 고객이 명품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이념을 펴기도 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최대 한 달의 ‘장기 휴가’ 제도가 좋은 예시다.

KB손보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장기 자기계발 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급휴가 10일에 개인 연차 10일을 붙이는 동시에, 공휴일이나 주말을 포함해 한 달이 주어지는 셈이다. 휴가자들에게 일반석 기준 200만 원까지의 항공료가 주어지는 것은 덤이다.

최근 장기휴가를 다녀온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오랜 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는데, 긴 휴가를 통해 확실한 힐링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은 느낌”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다양하게 마련하다보니 동기부여도 잘 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KB손보는 보험업계의 ‘유리천장’ 깨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타 업권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금융업계 특성상 여성은 임원까지 올라가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상황에서, KB손보는 현재 12.4%의 여성관리자 비중을 3년내 20%까지 확대할 방침을 천명하며 모범을 보이고 있다.

◇ RBC비율 190%대로 ‘안정권’ 아냐…‘대주주’ KB금융 있지만 부담 최소화 필요

IFRS17 및 K-ICS에 대비해 자본확충을 진행해야 하는 것 역시 양 사장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KB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190%로 업계 최하위는 아니지만, 안정권으로 여겨지는 200% 이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KB손보는 다행히 든든한 대주주인 KB금융지주를 두고 있어 필요하다면 힘을 실어줄 ‘믿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올해 4월 마련했던 K-ICS 초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사들조차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KB손보 역시 IFRS17에 대한 추가적인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KB손보는 지난 2016년 12월 말께 KB금융지주로부터 170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그 뒤로 2년여가 지난 아직까지 KB손보는 유상증자는 물론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의 별도 자본 확충 플랜을 표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다이렉트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비를 줄이고, 운용자산투자 전략을 다각화하는 등 부수적인 전략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자본 확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 ‘대체불가’ 존재감 양종희 사장, 연임 가능성 높지만…변수 배제 못해

비록 올해 농사는 신통치 않았지만, 경영상의 문제가 아닌 자연현상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시적 부진이었기 때문에 양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보험업계는 양 사장이 지난 3년간 쌓아온 실적과 혁신 의지를 높게 평가하며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 사장의 지휘 아래 KB손보는 손보 ‘빅4’ 가운데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실적을 가파르게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양 사장이기에, 어느 정도 보험업에 익숙해진 양 사장을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한 차례 더 연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양종희 사장을 대체할만한 능력을 지닌 인사가 흔치 않다”고 평하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내년에도 양 사장이 KB손보의 선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평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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