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 사이트에 나온 가입 절차. 가맹점 정보를 입력할 때 실제 소유자와 첨부서류 업로드 절차(위), 간편결제 가맹점 약관이다. / 사진 = 서울 제로페이
이미지 확대보기◇제로페이, 신용카드보다 혜택 없고 올드하기까지
금융권은 제로페이의 흥행에 대해 '글쎄'라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 송금이 가능한 QR코드 시스템이다. '계좌 to 계좌' 시스템으로 현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결제다 보니 신용카드처럼 카드사나 VAN사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없다. 소비자 10명 중 약 6명이 가장 선호하는 지급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꼽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제로카드를 얼마나 사용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복수의 카드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결제하며 얻는 할인, 포인트 등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며 "제로페이 참여 사업자들이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제로'라는 착한 타이틀을 걸고 등장한 제로페이가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것도 문제다. 결제 서비스는 물론 할인과 주문, 배달 기능까지 더한 '신 페이'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AI, 인공지능 등 IT기술을 집약한 '롯데카드 라이프'를 출시하고 앱 내에서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맞는 할인 제공부터 포인트 적립, 결제, 주문, 배달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업체 투디엠은 원격 주문부터 카카오페이까지 탑재한 서비스를 개발해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제로페이 참여사 중 하나멤버스로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수수료 제로'인 상황에서 혜택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혜택을 민간 사업자들만큼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제로페이는 연말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보다 높은 40%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첩첩산중' 가입 절차, 온라인으로 가맹점 가입하기도 어려워
지난달 말부터 가입자를 받기 시작한 제로페이 신청 가맹점은 22일까지 1만4000여곳으로 집계됐다. 이 '1만4000'곳은 본사가 일괄적으로 가입을 약속한 프랜차이즈까지 포함한 것이다. 서울시가 이 중 20%인 약 13만곳 이상의 가맹점 유치를 목표로 하면서도 다음 달 중순 출시 예정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영세 소상공인들이 '수수료 제로'에 이끌려 가맹점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 절차는 '첩첩산중'이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식당들에 우편으로 보낸 가입 서류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딱딱한 사무 용어들이 가득하다. 또 어려운 신청서를 간신히 작성해도 접수는 우편과 관청 방문으로만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려면 보안 프로그램 설치 후 본인 명의 휴대폰 활용한 본인인증절차를 거쳐 관련 서류 이미지를 등록해야 한다. 마지막 관문은 역시 어려운 말들이 잔뜩 들어있는 가맹점 약관과 안내 사항에 동의하는 절차다. 반면 제로페이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가입은 간편결제 신규 가맹 신청이 상대적으로 친절하고 간단해 대조되는 상황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