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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정책방향..그리고 우려하는 목소리들

장태민

기사입력 : 2018-11-02 10:38 최종수정 : 2018-11-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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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청와대, 1일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장면

자료=청와대, 1일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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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의 꿈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거론했다. 세계가 한국의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면서 자부심을 가지자고 말했다.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최초로 6000억불을 돌파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발언의 중심은 '성장의 질'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외형적인 경제성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대통령의 ‘잘 살자’는 꿈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말에서 잘 드러났다.

▲ 대통령의 경제현실 인식..양극화 해소 위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툴 유지 의지

문 대통령은 한국이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은 "한국은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면서 아쉬움을 표명했다.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불공정지 않는 사회라는 인식을 노출했다.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불공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 부분이 앞으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이 통합을 해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복지 정책 강조로 이어졌다. 양극화의 속도를 따라 잡기엔 지금까지의 복지 정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기존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간에선 지난 1년 6개월간 경제정책을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통령은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반이 지난 시간에 대해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며 "평범한 국민의 삶에 힘이 되도록 사람 중심으로 경제기조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축으로 한다. 대통령은 이 노선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구조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 대통령 "경제 어렵지만 큰 정책기조 안 바꾼다"고 시사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용의 어려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외여건 마저 좋지 않다고 했다.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져 엄밀히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내리막으로 꺾이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또 새롭게 경제기조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어려운 계층들도 생겼음을 인정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령층 등이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보완적 노력'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고 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간다는 비유법을 사용하면서 변화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고용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의 변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국가의 역할 강조하는 대통령

문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지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개인이 일 속에서 행복을 찾을 때 함께 잘 살 수 있다"면서 각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복지 확충에 노력할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단 한 명도 차별 받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한국이 가야 할 길이며,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적 사회, 포용적 성장, 포용적 번영, 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잘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 정책의 덩치가 커졌음을 알리기도 했다. 출산급여가 그 동안 고용보험 가입자에게만 지원됐지만 내년부터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의 산모에게도 매달 50만원씩 최대 90일간 정부가 지급된다고 밝혔다. 산모는 건강관리사에게 산후조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남편도 유급 출산휴가를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5일치 급여를 지급한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육아휴직을 할 때 두 번째 휴직 부모는 첫 3개월 간 상한액을 250만원까지 올린 육아휴직 급여를 받고 이후 9개월의 급여도 통상임금의 50%를 받게 된다고 소개했다. 9월부터 한 아이당 월 10만원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내년에 도입하는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금리 차이를 지원해 최저 1.2%의 저금리로 사용하고 30년 동안 나눠 상환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노년층의 복지도 향상된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노인은 기초연금 25만원을 받고, 내년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기존 노인 일자리보다 급여를 2배나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에 중점을 둬 편성한 정부 예산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470조 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9.7% 늘려 잡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듬해인 2009년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 증가다.

대통령은 특히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초과 세수가 2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국세 수입을 경기 회 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재정 여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 어려움이 큰 만큼 일자리 예산에 올해보다 22% 증가한 23조 5천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어르신들 일자리 ' 등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를 거론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총 20조 4천억 원을 배정했다면서 연구개발을 대폭 확대했다고 했다. 가계소득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게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은 소득주도 성장에 기여하고,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정책이라고 했다. 근로장려금 예산을 올해 1조 2천억 원에서 3조 8천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들도 여건이 되는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가 사람들 시정연설 높은 점수 안 줘.."정책가의 선의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우려

국가경제의 미래 비전을 담은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 금융가 사람들은 '현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운용사의 A 매니저는 "대통령의 경제비전을 보면 인위적으로 상생을 만들어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실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명도 차별 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이상주의자의 풍모가 느껴졌다"면서 "청와대 경제정책을 하는 인사들 역시 공부만 한 이론가들이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해에 이은 올해 부동산 가격 급등, 고용의 극심한 악화, 한국경제를 주도하던 일부 산업의 위기, 주가 폭락 등 한국경제에 걱정을 키우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지만, 대통령이 안일한 시선으로 경제에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다. 물론 모두의 입맛에 맞는 경제정책 같은 것은 없지만, 세밀하게 경제에 접근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은 많다.

증권사의 B 딜러는 "최저임금 사태에서 보듯이 경제란 게 좋은 의지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돈을 더 받고 다 같이 소비를 늘리면 경제가 좋아지지만, 그 돈은 누가 주는가.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열악한 경우가 많다"면서 "정책을 현실에 접목할 때는 보다 정교해야 하는데, 현실 인식 없이 정책을 시행한 게 아쉽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 때 전문성을 겸비한 뒤 과감하게 밀어붙일 것은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출신의 C 감정평가사는 "지난 해 꾼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분위기를 재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보유세 등에 손대지 못하고 정책만 나열하는 식의 안일한 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부동산은 공시가격만 현실화해도 이렇게까지 뛰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가 평범한 직장인에겐 구매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는데, 왜 용산 미군기지 땅 일부도 활용할 생각을 못하는가"라면서 "이 정부에도 땅부자가 많은 만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부동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 경제정책 백날 써 봐야 헛 것이다. 경제 정책가들은 현실 상황을 정확히 숙지한 뒤 판단이 서면 이런저런 비판에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날 선 비판도 많아..구적폐가 신적폐로 바뀌었다는 혹독한 평가도

정부 정책에 대한 보다 혹독한 비판들도 많다. 이념에 경도돼 정부를 비난만 하는 사람들 외에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문 대통령이 더 나은 미래에 관한 시정 연설을 했으나 사실 이를 믿지 않는 시각이 상당하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당시의 구태적 행태가 이 정부 들어서도 바뀌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말만 나열한다고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는 비관적 시선도 보인다.

투신권의 D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해이도 상당하다. 능력이 안 되는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연기금 등등 각종 공기업 인사 모두 낙하산에 가깝다"면서 "경제 정책도 마치 국민을 마루타로 삼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정책가들 가운데엔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과감하게 밀어 붙이는 사람도 없다. 시청률에 연연하는 방송국처럼 지지율에 연연해선 개혁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지표가 크게 나빠진 가운데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정책을 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노인 일자리 등을 만들어서 수치를 채우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이를 통해 일자리 생색을 내는 게 과연 더 효율적인가 하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정부 관련 금융기관의 E 관계자는 "제조업 상황이 사실 매우 나쁘다. 정부가 말하는 복지 관련 일자리 등을 많이 만든다고 경기 활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실 세금으로 그냥 주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있으며, 일자리는 민간이 중심이 돼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감성적인' 접근을 우려하면서 현실적인 방향으로, 그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추를 옮겨야 한다는 진단도 보인다.

금융권의 F 펀드매니저는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말들은 좋았으나 사실 일부 사람들에겐 욕을 먹을 정책을 써야 한다. 예컨대 평균적인 직장인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 공무원 처우에 손을 대야 한다"면서 "취직 안 된다고 하면서 젊은층이 공무원으로만 몰리는 나라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노조도 손 봐야 한다. 회사 상황이 극히 나빠지는 데도 평균 연봉 1억원 가까이 받는 대기업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서 "정부가 이들과 보조를 맞추는 이상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최근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 교체 등과 관련한 각종 루머, 후임 인사 얘기가 관가 등을 떠돌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운용사의 G 매니저는 "장하성 실장은 교체가 답"이라며 "유동성 과잉이 경제에 별 도움이 안됐으니 금리를 올리고 부동산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지금의 경기 악화는 대외 영향이 크다"면서 "또 정부가 말하는 구조개혁은 사실 쉽지 않다. 고착화된 신자유주의 체제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는 그 속성상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는 일이어서 (기득권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 경제 정책의 앞날이 험난할 것으로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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