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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하던 반려동물 보험 시장, 급속도로 불붙은 이유는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11-01 11:37

DB손보·메리츠화재 등 장기 펫보험 상품 출시…당국 가이드라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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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하던 반려동물 보험 시장, 급속도로 불붙은 이유는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요울 산출의 어려움, 저조한 반려동물 등록률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하던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최근 대형 손보사들의 가세로 모처럼의 활력을 찾고 있다.

하반기 들어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반려동물 보험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이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기존에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판매하던 회사들 역시 상품 정비를 추진하는 등 시장 활성화가 이어질 조짐이다.

그간 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1999년에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폐지된 이후 동물병원이 직접 진료비를 책정하게 되면서 보험료 산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려동물 보험료는 웬만한 성인 보험료에 맞먹을 만큼 비싼 반면, 보장 내용은 들쑥날쑥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많아 반려동물 주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반려동물 보험 상품은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와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하이펫 애견보험', 롯데손해보험의 '롯데 마이펫보험' 등의 3종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저조한 가입률과 높은 손해율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으로부터 큰 관심을 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출시된 메리츠화재의 장기 펫보험 상품인 ‘펫퍼민트 퍼피앤드도그 보험’은 출시 보름 만에 1500건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기존 상품들은 소멸성 일반보험의 성격을 지녀 1년 단위로 갱신하거나 재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 상품은 3년 단위 갱신으로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해주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DB손해보험 또한 기존 반려동물 보험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보장기간’과 ‘적은 보장내용’을 보완한 반려동물 보험 신상품을 1일 선보였다. 기존에는 면책질환으로 분류되던 슬관절과 피부질환 등의 특약을 신설했으며, 3년 갱신형 상품으로 반려견의 나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자동갱신해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늘린 점이 특징이다.

KB손해보험 역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전용 반려동물보험 출시를 알렸다. 비영리기관인 ‘우리동생’에서 운영 중인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상해 및 질병에 대한 치료비용을 실손보장하는 상품이다.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반려동물보험 진료비 청구시스템 예시 / 자료=보험개발원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반려동물보험 진료비 청구시스템 예시 / 자료=보험개발원

◇ 보험개발원-금융당국,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노력

이처럼 지지부진하던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모처럼의 활력을 띄게 된 데에는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주려는 보험개발원과 보험연구원, 금융당국 등의 노력이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8월 시장보험료와 보장한도 등 기본적 골격을 갖춘 반려동물 보험 상품 모델을 마련해 발표했다.

보험개발원의 모형은 반려견(개)과 반려묘(고양이)를 대상으로 연령별 치료비, 사망위로금, 배상책임 등을 담보하는 종합보험 형태다. 보상비율은 각각 50%와 70% 선이었으며, 자기부담금은 1∼3만원이다.
이를 토대로 산출된 4세 기준 반려동물의 기본담보와 보험료는 수술 1회당 150만원(연간 2회 한도), 입원·통원 1일당 15만원(각 연간 20일 한도)에 연간 보험료는 반려견 25만2723원, 반려묘 18만3964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각 보험사가 책정할 실제 보험료는 월 2만 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연간 보험료가 10억 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험상품 정비, 동물병원·펫샵과의 협업, 가입 채널별 보장범위·가격구조 차별화, 진료비 청구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는 한편, "동물병원과의 협업으로 진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표준 진료코드를 갖춘 진료비 청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또한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발맞춰 관련 상품 마련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액단기보험사에 별도 기준을 적용해 인가를 내고, 보험기간과 보험료가 일정 수준 이하인 곳에 대해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보다 앞서 반려동물보험 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 2006년 소액단기보험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자본금을 10억 엔에서 1000만 엔까지 대폭 내린 결과 일본의 손보사인 ‘애니콤’이 반려동물보험 전문 특화 보험사로 성장하며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 반려동물 보험 시장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보험사의 손해율 문제도 있었다”며, “손해율이란 수치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지표인 만큼 시간을 두고 요율 조정 등의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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