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3위 CEO까지 먹튀…시장 재편 시작
루프펀딩은 투자자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미리 투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돌려막기'와 투자금을 주식투자에 쓴 횡령,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루프펀딩 대표와 함께 건설회사 대표도 함께 구속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루프펀딩 연체율 0%의 비결이 돌려막기였다며 사기를 당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업계에서는 루프펀딩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미 루프펀딩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상품 존재여부도 불투명했다고 말한다.
P2P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시장조사 차 루프펀딩 상품과 관련된 부지에 갔었는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주변 주민에게 물어보니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해 놀란적이 있다"고 말했다.
루프펀딩은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추가로 이사를 선임하는 등 이사진 구성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루프펀딩은 "기존 대표이사의 실제 위법행위 여부는 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나 이와 무관한 채권 추심, 현장관리 등 당사가 우선적으로 출어야 할 긴급 업무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대표이사 변경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체율 급증 등과 관련해서도 추심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루프펀딩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인 D건설서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는 D건설 관련 채권에 대한 추심과 회수에 집중하고 있으나 개별 현장에 따라서는 채권회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당한 수준의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2P업계에서는 잇따른 사건, 사고로 '내실다지기'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상위 업체는 한편으로 외형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60개 회원사 8월 누적대출액 1695억원 중 절반은 어니스트펀드, 피플펀드, 테라펀딩에서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P2P업계 관계자는 "이미 P2P업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며 "시장재편이 일어나고 각종 규제에도 살아남는 업체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P2P금융협회 회원사 대출액만 3조 육박…성장통 부작용도
그럼에도 P2P금융 누적대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8월 누적대출액은 2조4925억원으로 전월 대비 7% 성장했다. 협회를 탈퇴한 상위업체 렌딧, 8퍼센트, 비회원사 대출액까지 합한다면 3조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IBK경제연구소는 혁신성공 사례집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것이 혁신기업이다'에서 8퍼센트를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이 수용하지 못하는 자금 수요가 이미 많다"며 "P2P금융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기존 금융권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 저신용자 대출은 P2P업체에 권장하고 있다. 부동산PF 중심 업체에서도 금융권에서 소외받는 영세 건설 시공 업체에 자금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겸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여신, 부동산 여신은 기존 금융권에서도 제대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라며 "영세한 시공사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장세가 나타나는 만큼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P2P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서는 P2P업체의 실수를 발견하고 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상품에서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언론사에 뿌리겠다고 하고 덮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체율과 민원을 감소하기 위해 채권자의 원리금수취권을 구입해주고 이를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2P업계 관계자는 "소액 투자자도 연체나 부실이 발생한 즉시 바로 업체에 민원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업체에서 원리금수취권을 구입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도 한다"며 "업계에서 연체가 0%여도 이제는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2개 협회 자율규제 강화 신뢰 회복 관건
한국P2P금융협회에서 시작한 협회는 현재 신용대출 업체인 렌딧, 팝펀딩, 8퍼센트가 주축이 된 디지털금융협회(가제)와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를 주축으로 한국P2P금융협회 2개로 나뉘었다.
디지털금융협회는 부동산PF 자산을 총 대출자산의 30%까지만 취급하는 규정을 넣어 부동산 전문 P2P업체는 사실상 회원사로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투자자 보호 일환으로 자산 신탁화를 의무화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동일차입자 대출한도 제한, 회원사 부도시 채권 매입추심업체 경쟁입찰을 통한 채권매각 주관, 분기별 대출채권 실사 및 연간 실태조사, 자금관리 시스템 강화 등으로 먹튀 등 비도덕 행위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업체들이 정리가 돼 시장 재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빠르면 내년 쯤에서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P2P금융 투자 이자소득 원천징수세율이 25%에서 14%로 내려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P2P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 재편을 예견된 일이었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고수익 고위험에 더이상 넘어가지 않고 까다로워진 만큼 전문성이 있는 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