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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이 물려받은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경제일반

관리자

기사입력 : 2017-09-25 00:18 최종수정 : 2017-10-15 00:30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한국금융신문] 기준금리 인상 불구 장기금리는 하락

소득불균형 등 구조적 요인 관심 둘때

올해 초 미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작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어디에서도 금리의 추세적 상승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연준이 2015년 12월 이후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연준의 긴축의지를 과소평가한 채권시장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로 보기도 한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그린스펀 재임당시 2004년 6월부터 2년간 1%였던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0.5%p 상승하는데 그쳤고 이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흑자국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의 중장기채에 ‘파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고령화와 함께 불균형을 수반하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반영한 구조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근의 금리하락은 시장의 탐욕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에 계속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금리 하락추세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장기 국채금리는 균형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과 채권의 위험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1990년대부터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균형실질금리와 위험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으로 구성되는데, 통화나 재정정책 등이 대표적인 순환적 요인에 속한다.

따라서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금리 하락추세는 물가안정이나 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

균형실질금리는 경제주체의 저축과 투자에 대한 중장기적 의사결정을 반영한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윌리엄스 총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균형실질금리는 1980~1990년대에는 2.25~3.75%선을 유지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하락하여 올해 6월 이후에는 0.4~0.6%를 유지하고 있다. 영란은행과 BIS에 따르면 균형실질금리의 추세적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은 균형실질금리의 하락을 유발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고령화와 소득불균형,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의 하락추세를 뽑고 있다.

우선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노동인력 감소와 저축률 증가를 유발하는데,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한다. 소득불균형과 경제성장의 관계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불균형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적정한 소득 불균형은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도한 불균형은 총수요를 감소시키고 하위계층의 교육기회를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IMF가 올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27을 넘어설 경우 불균형이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기한 구조적 요인과 함께 필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금융위기 이후에 심화되고 있는 기업부문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다.

2000년 이후 경제발전을 주도하며 기업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애플, 구글과 같은 ICT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수익을 투자와 고용을 위해 쓰는 대신 현금보유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보유한 현금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새로운 기업의 인수에 활용한다. IPS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전체 기업의 고용이 6% 증가한데 반해 가장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한 92개 대기업들은 오히려 고용이 1%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고용이 창출되지 않고 그 이윤이 임금상승을 통해 가계부문으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최근의 필립스 곡선 논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된 구조적 요인은 균형실질금리의 하락과 함께 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경제의 역동성을 낮추어 채권투자에 따른 위험프리미엄을 낮추고 있다. 연준은 올해 중에 자산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순환적 요인으로 금리의 위험프리미엄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천명한 바와 같이 자산축소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유발되는 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국채금리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정책과 같은 순환적 요인에 의해 일시적인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금리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형성되면 수익률 추구 현상에 따라 위험자산에 버블이 형성될 개연성이 있다. 미국은 주택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돌파할 기세고 정크본드의 신용스프레드가 1990년대 중반 이래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새로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축적되는 징후가 엿보이는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대내적으로는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령화와 경제 불균형 문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덜하지 않다. 향후 국내에서도 금리 상승에 대한 부작용만큼 저금리의 지속가능성과 위험요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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