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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홀대론, 과연 사실인가

금융부

김의석 기자

기사입력 : 2017-06-26 18:50 최종수정 : 2017-06-26 18:50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홀대론’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특정 지역이나 사회 소외계층 사람이라면 '홀대론' 이름 앞에 자기를 붙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홀대론이 요즘 금융권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고 한다. '금융 홀대론'은 중소기업이나 일자리 등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

‘금융 홀대론’은 신임 금융위원장 인선이 계속 미뤄지면서 조금씩 커졌는데, 최근 방미경제인 52명 명단에 금융권 인사가 한 사람도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를 사절단에 포함시킨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방미 사절단에 금융 관련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금융에 대한 현 정권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이 정부가 금융 분야를 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건 청와대 직제개편 때부터다. 청와대가 비서실 직제개편하면서 경제수석실 내 '왕비서관'으로 꼽히는 경제금융비서관 직함에서 '금융'을 슬그머니 뺀 것. 여기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기획·예산통'이 약진한 반면 '금융통'은 중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금융 푸대접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다. 금융 정책도 반쪽짜리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그 어떤 비전도 청사진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밑그림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신 그 자리엔 경제민주화의 금융판 버전, 금융민주화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은 영세자영업, 중소기업 등 힘 없고 약한 계층을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혁신 육성 성장 발전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통제 탕감 감면 보호의 구호만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성과연봉제 폐지에 이어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결정은 금융 홀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이를 공식화했다.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사를 찍어 눌러 가맹점 수수료를 절감해준다는 발상이다. 카드수수료 강제 인하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일. 결국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소비자들이 떠안는 꼴이다. 근시안적 금융정책의 전형이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론,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론, 박근혜 정부의 핀테크 육성론 등, 방법론은 달랐고 성과도 미흡했지만 이전 정부에선 그래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부문의 괄시를 토로하는 유사 레퍼토리(repertory)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정부는 정도가 심하다.

게다가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할 금융당국 컨트롤타워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은산분리 완화', '핀테크 2단계 로드맵 마련',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주요 금융 이슈들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확정되지 못한 채 하마평만 무성해 금융 및 부동산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관장하는 산하 및 유관기관 인사도 줄줄이 밀리면서 금융위원장 취임 시까지 인사 차질이 장기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정부의 금융 푸대접은 기본적으로 집권세력의 오도된 인식을 투영한다고 할 수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 산업이 아닌 정책목표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금융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부가 스스로 대선 공약을 통해 관치금융 타파를 공언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반백년전 최빈국 시절 형성됐던 관치금융의 논리가 선진국 문턱에선 지금까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은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수단이지만 거꾸로 그 자체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1980년대 초 자율 민영 개방의 물결을 타고 산업으로의 면모를 갖춘데 이어 1990년대말 외환위기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 산업의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타율적 관치에서 자율적 경쟁으로 전환되는 도도한 흐름. 그러나 이 정부에선 유독 금융이 전진이 아닌 퇴행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모른다.

무엇보다 우리 금융은 가장 양질의 일자리를 생산하는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7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훨씬 더 낮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금융권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IT 분야 인재풀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멍석만 잘 깔아주면 금융산업도 발전시키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가계 빚을 줄이는 것도 좋고 서민금융을 늘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금융권 인사들이 신명 나게 뛸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금융산업이 앞으로 뭘 먹고살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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