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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핀테크 민관협력으로 급성장

경제일반

관리자

기사입력 : 2016-05-23 00:17

정유신 서강대 교수, 핀테크지원센터장

[한국금융신문] 지금 핀테크산업은 세계의 금융 일번지 미국, 전통의 금융 강국인 영국 그리고 IT와 인터넷으로 금융을 혁신하고 있는 중국에서 활발하게 발달하고 있다. 어디를 벤치마킹하면 좋을까. 각각의 특징과 장점이 있지만, 이들과의 3~4년 격차를 정책노력으로 좁히려는 우리로선 민간 중심인 미국과 중국보다 정부와 대형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영국에 1차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듯싶다.

◇ 핀테크 투자산업 성장율 미국 보다 3배

물론 핀테크 관련 투자규모는 미국이 영국은 물론 유럽전체보다도 훨씬 더 크다. 하지만 투자증가속도는 영국이 단연 빠르다. 2012~2014년 영국의 연평균 핀테크 산업 성장률(매출, 고용 등 감안)은 600%에 육박해서 실리콘밸리 성장률 190%의 3배 수준이고, 핀테크 투자규모는 2008년 이후 연평균 70% 이상의 성장세다. 최근 영국정부는 ‘핀테크 주간(FinTech Week)’을 맞아 영국 내 핀테크 산업 현황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15년 영국 내에서 핀테크로 인한 매출은 65억파운드, 우리 돈으로 11조2000억원에 달했고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6만100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볼드윈 영국 재무부장관의 말마따나 핀테크산업이 영국 경제를 위해 수십억 파운드를 벌어주는 효자 산업인 셈이다.

대표적인 핀테크업체의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는 해외송금의 수수료혁신을 일으킨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 ise). 고객이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해 해외에 송금할 경우, 돈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만 국가 간 송금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통신망을 통해 국내 송금만으로도 실제 해외 송금이 일어난 것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A가 유럽에 있는 B에게 돈을 보내야 한다. 이때 트랜스퍼와이즈는 유럽에 있는 C로부터 마침 같은 금액을 송금받아야 하는 미국 거주민 D를 A에게 연결해준다. 이렇게 하면 미국에 사는 A가 미국에 사는 D에게, 유럽에 사는 C가 유럽에 사는 B에게 송금하는 거래가 완성된다. 이때 보내는 금액이 2백파운드(약 33만 원) 이하일 경우, 트랜스퍼와이즈가 가져가는 송금 수수료는 겨우 1파운드(약 1680원)이다. 실제 해외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환전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러한 핀테크는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서비스 안정성과 수익이 더 탄탄해지는 ‘눈덩이 효과’가 크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 최근 트랜스퍼와이즈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두 번째 사례는 P2P 대출업체의 원조인 조파를 꼽는다. P2P 대출은 개인과 개인 간의 직접 대부가 가능하도록 중개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핵심 사업을 파괴하고 새 영역을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2005년에는 세계 첫 P2P 대출업체가 탄생했는데, 그것이 영국의 조파(Zopa)다.

현재 영국에서는 조파 뿐만 아니라 펀딩써클(Funding Circle), 레이트세터(RateSetter) 등 다양한 P2P 대출업체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2014년 3월까지 전체 P2P 대출 누적 중개액은 12억700만 파운드였다. 영국 정부의 적극적 참여가 P2P 대출 사업을 급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3년에 영국 정부는 펀딩써클 사이트를 통해 창업자와 중소기업 운영자에게 2000만 파운드의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 투자금 10퍼센트, 개인 투자금 90퍼센트로 상품을 구성해, 펀딩써클의 플랫폼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P2P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여기에 몰려들었다. 이 정책으로 2000 개의 중소기업이 1억4000만 파운드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 과감한 정부 지원과 금융인프라가 급성장 배경

그럼 이처럼 영국의 핀테크가 급성장을 보이고 있는 요인은 뭔가. 업계에선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스타트업 전용단지인 테크시티에 투자한 금액만도 7억 8100만 달러나 될 정도로 과감한 영국정부의 지원정책이다. 런던은 기존의 금융 인프라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핀테크 스타트업의 메카로 급부상 중이다. 전세계 차원에서 볼 때 핀테크 산업 성장률은 27퍼센트인데, 영국 핀테크 산업의 거래 규모는 2008~2013년 동안 매년 74퍼센트씩 성장해 왔으며, 핀테크 투자 규모는 같은 시기에 총 7억8100만 달러에 이른다. 2014년 3분기에는 런던 소재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이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영국의 핀테크 산업 종사자는 13만5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런던 내에만 1800여 핀테크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런던시청 집계에 따르면, 런던에 적을 둔 스타트업은 이미 3000 개를 넘어 섰다. 베를린이나 스톡홀름 등 유럽의 다른 경쟁 도시들보다 훨씬 많은 수다. 영국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금융 중심지인 런던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스타트업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런던 동부의 테크시티(Tech City)는 영국 카메론 정부의 지원으로 형성된 핀테크 스타트업 단지로, 현재 5000 개 이상의 창업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테크시티가 만들어진 2011년 이후 영국의 핀테크 거래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를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핀테크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고자 페이스북, 구글, 멕킨지 등 전세계 유수의 IT 기업과 컨설팅 회사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런던왕립대학과 런던시립대학 등 여러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단기간에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어 전세계 3위의 핀테크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도약했다. 테크시티는 Future Fifty, IoT Launchpad, Tech City UK Cluster Alliance, Digital Business Academy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인 핀테크와 사물인터넷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Future Fifty 프로그램은 발전가능성이 큰 50개의 창업기업을 선정하여 투자유치, 사업확장, 인수합병, 상장 등을 집중 지원하는 제도이다.

◇ 대형은행 주도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또한 영국은 테크시티의 기술력과 금융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2013년 초 Level39라는 유럽 최대의 핀테크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Level39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에 위치한 원 캐나다 스퀘어(One Canada Square) 빌딩의 39층에 있어서 Level39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Level39는 핀테크 창업기업들과 카나리 워프에 위치한 대형 금융회사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영국의 핀테크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Level39는 유망한 핀테크 창업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하거나 경영자문을 지원하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86개의 핀테크 기업을 유치·육성했다. 그리고 설립 6개월만에 42층까지 공간을 넓혀, 창업기업 뿐만 아니라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둘째는 대형은행 주도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이다. 영국은 미국이나 중국에서와 달리 IT업체가 아니라 대형은행들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주도한다. 거대은행과 기민한 핀테크 창업기업들은 제휴·투자·인수·합병 등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HSBC나 퍼스트 다이렉트(First Direct) 등 대형은행들은 핀테크업체 잽(Zapp)과 제휴해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금융테크혁신연구소’를 설립해 핀테크 기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그룹·도이치뱅크 등 대형은행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성장가능성이 큰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문 인큐베이터와 50개가 넘는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여 핀테크 기업의 초기투자·행정·법률자문·외부 투자자 유치 등을 돕고 있다.

이렇게 최근 영국 내 핀테크 산업은 거대 금융사의 지원을 받아 성장 중인데, 금융 기업의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2014년 6월 시작된 금융 그룹 바클레이즈 의 Barclays Accelerator와 8월 마스터카드·로이드 뱅킹·라보뱅크의 제휴로 시작된 Pan-European accelerator Startup Bootcamp를 들 수 있다. 금융 기업의 지원으로 성장한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 기업의 사업 영역과 충돌하기도 하면서, 영국 핀테크 시장은 거래 규모뿐만 아니라 이슈의 측면에서도 매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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