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에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사업자가 현금 결제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따라 국세청의 이번 계획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 국세청, 카드사 통한 부가세 대리징수 방안 발표
국세청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서 소비자가 카드를 긁으면 신용카드사가 물건값에 붙는 부가가치세(10%)를 국세청에 바로 내는 '대리 징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부가세를 떼먹는 탈세를 막기 위해서다.
이날 김한년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획재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부가세는 소비자가 물건값과 함께 낸다.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받은 부가세(매출 부가세)에서 그 물건을 사올 때 도매상 등에 냈던 부가세(매입 부가세)를 빼고 국세청에 내면 된다. 그러나 사업자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부가세를 내지 않고 폐업하거나 다른 곳에 유용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날 포럼에서 정지선닫기정지선기사 모아보기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가가치세 대리 징수 제도 도입을 통한 거래질서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카드 사용이 일반화돼 신용카드사가 부가세를 대리 징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소 연평균 3692억원의 부가세가 더 걷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부가세 세법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10%의 부가세를 납부한다. 그러면 사업자가 최소 3개월 단위로 모아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세금징수가 불필요한 항목의 금액은 추후 연말정산을 통해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명의를 이전하거나 고의로 폐업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부가세 체납액도 7조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잠재성장률 저하로 세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세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이날 포럼에서 “부가세 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리 징수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 기재부, 카드사 부가세 대리 징수 방안에 제동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임재현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국장)은 21일 "국세청의 의견일 뿐"이라며 "사전 협의도 없었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부가가치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고, 도입에 따른 비용이나 문제 발생 소지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세 부과에 있어서 과세냐, 면세냐 또는 간이사업자냐 등을 다 구분해야 되는 기술적 어려움은 물론, 사업자나 카드사에게 주지 않아도 될 부담을 주게 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재부 세제실의 다른 관계자는 "매입세액 공제가 늦어지면 사업자는 자기가 낼 건 이미 냈는데, 받을 건 못 받고 있는 상황이 돼 자금 운용 여력이 그 만큼 없어진다"며 "신용카드사 입장에선 괜한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책임 소재도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신용카드사 통한 대리 징수가)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다라는 정도지, 아직 건의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