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GA(설계사 1500명 이상)의 평균 가동률은 60%로 추산되고 있다. 설계사 10명 중 6명만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삼성생명의 전속채널 가동률은 86%(가동재적 2만5600명)다.
보험업계에선 리크루팅 및 육성담당을 제외하고 월 1건 이상 판매한 설계사를 가동재적, 그렇지 못한 설계사를 비가동 재적이라고 해 주요 효율지표로 삼는다. 가동률은 전체 설계사 대비 가동재적 설계사로, 높을수록 채널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영업 효율화를 추진한다면 비가동 재적은 1차 정리대상이 된다. 회사의 지침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비가동 재적의 관리는 지점장(혹은 지사장) 재량에 맡겨진다.
그러나 중소GA들이 합쳐져 대형화된 지사형 GA는 내부통제 미흡으로 비가동 재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설계사 육성체계를 갖추지 못해 경력설계사를 웃돈주고 영입하는 GA들의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석 달 이상 판매건수가 없는 설계사는 코드를 정리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실적은 없고 이름만 걸친 비가동 설계사들이 경유계약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 비코드와 비가동 설계사의 공생…악어와 악어새
경유계약은 무자격자(코드 없는 설계사)가 판매한 보험계약을 다른 설계사 코드로 올리고 모집수당을 받아 나눠먹는 관행을 말한다. 실제 판매자와 기록상 판매자가 달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불법 영업행위다.
경유계약은 필연적으로 철새설계사와 궤를 같이한다. 설계사가 이적하면서 코드를 옮기는데 짧으면 2주, 길면 3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모집한 보험실적을 비가동 설계사의 코드로 보고해 수당을 받는다. 대형GA 관계자는 “이적한 설계사는 이전 회사와 해촉하고 새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어 코드를 부여받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 기간 동안 행해진 ‘비코드’ 영업실적을 가동 안하는 설계사를 통해 경유처리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감원이 GA 검사를 나오면 설계사 가동현황을 살펴 합당한 사유 없이 3개월 이상 비가동 재적의 코드가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경우, 경유계약을 의심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 경유계약과의 전쟁…수당·이력 등 모든 수단 동원
작년 5월 보험영업검사실이 신설된 이래 금감원은 GA의 내부통제 강화와 경유계약 단속에 역량을 집중했다. 잦은 설계사 이동과 이에 따른 경유계약 문제, 가공계약을 만들어 판매수당만 챙기고 이적하는 먹튀설계사 등 부정한 영업행태로 인해 높아진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경유계약을 유발하는 먹튀설계사 방지를 위해 설계사 위촉시 보증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시킬 것과 보험협회에 등록된 경력사항 조회결과를 제출받도록 지도했다.
또 과도한 스카웃 수당을 주면서 설계사 뺏기에 급급한 GA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설계사를 집단으로 영입하고 이동을 조건으로 모집과 상관없이 수당을 주는 행위가 과열돼 먹튀설계사가 양산된다는 것.
이와 더불어 석 달 넘게 판매건수가 없는 설계사는 코드를 정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경유계약의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향후에는 민원해지건수, 계약무효건수 등 설계사 모집정보 조회시스템을 구축해 불량설계사를 집중관리 하기로 했다. GA도 보험사처럼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하고 무분별한 통합으로 탄생한 지사형 GA의 제재근거를 규정할 방침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